Journal2016. 3. 4. 19:11


Raf Simons  2016년 가을/겨울 collection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라프시몬스<raf simons>가 보여준 기성 사회에 대한 반감과 고독이 깔린 십 대<teenager>들의 반항적인 정서는 지금에 그를 있게 한 남성복의 구심점이자, 현재 그를 기억하는 가장 상징적인 단서로 여겨진다. 특히 그 시절 그가 만든 남성복에 많은 특징 중 부피가 큰 형태<oversize>에 옷들은 문화와 세대를 다루는 하나의 독자적이고 앞서간 시각으로 현대 패션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최근에 그는 꽃 더미 속에서 수줍고 벅찬 마음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던 #크리스찬디올<Christian Dior>의 화려한 옷을 벗고, 자신이 오랜 시간 추구해온 남성복 본연에 자리에만 당분간 머무르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의 이러한 갑작스런 결정에 사람들은 아쉬움 섞인 탄식과 함께 용기 있는 선택이라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었다. 이처럼 패션계와 라프시몬스 개인에게도 많은 후유증을 남긴 디올 과의 이별 이후 그가 공식적으로 마련한 첫 번째 남성복 컬렉션이기에 사람들에 관심 또한 남달랐다. 그렇게 공개된 라프시몬스의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은 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재조명 되고 있는 그의 과거 컬렉션에 대한 관심에 그가 내린 새로운 결론처럼 보였다. 금방 박쥐라도 날라들듯 한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공개된 그의 이번 컬렉션은 90년대 TV 통해 방영된 농촌 스릴러물에 대표적인 작품 트윈픽스<Twin Peaks>를 '악몽'이라는 주제와 함께 연상시킨 결과다. 한적한 마을에서 일어난 한 소녀의 죽음을 놓고 수많은 추리와 억측 그리고 선정성 들로 당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던 이 작품은 컬트 영화의 거장 데이빗린치가 만든 대표작 중 하나다. 또한, 이 컬렉션이 공개된 2016년 2월 7일은 데이빗 린치<David Lynch>가 70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날로 알려져 라프시몬스와 컬렉션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시각적 경의 외에 남다른 의미로 전해졌다. 

 라프시몬스는 트윈픽스가 가진 음산하고,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컬렉션에 전체적인 테마로 삼고, 여기에 미국 상류사회 학생들에 전유물로 잘 알려진 프레피룩<preppylook>을 자신만의 사고로 해체시켰다. 경쾌한 색상을 가진 케이블 스웨터에 선명하고 가지런히 들어간 스트라이프 무늬는 전형적인 프레피룩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옷의 사이즈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과장된 크기와 울<wool>이 거칠게 풀린 형태는 지금껏 그가 추구해온 남성복의 사고와 동일한 느낌을 제시하고 있다. 또 한 네크라인의 거친 손상을 목에 동여맨 스카프와 연결시킨 부분 역시 새것 같은 질감에 반기를 들며 훼손을 하나에 미적인 수단으로 다루던 자신의 과거 컬렉션이 지닌 아름다움에 대해 스스로 내놓은 새로운 해답처럼 보인다. 다운 점퍼나 코트들 역시 그가 이번 시즌 지향하는 특정 형태나 실루엣에서 벗어나지 않고 과장과 균열을 순수하게 오가며 하나에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라프시몬스의 남성복은 시기적으로 그가 질 샌더<Jil sander>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기 직전인 2005년을 기점으로 창의적인 그래픽과 복잡한 구성에서 미끌거리고 정교한 매듭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12년 마침내 그가 크리스찬 디올에 여성복 꾸띄르를 지휘하게 되면서 평소 자신이 감명받은 주변 예술가들의 작품과 그가 추구하는 남성복에 대한 관점이 하나의 컬렉션으로 혼합되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자신이 전개하는 남성복 외에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그가 스쿨룩의 새로운 변형 속에서 자신에 과거 컬렉션에 나타난 상징적인 의미를 현재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이번 컬렉션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질샌더의 혼성복과 디올<dior>의 여성복 꾸띄르를 오가며 20년 남짓 만들어온 그의 남성복을 예전부터 동경해왔다. 모두다 열거 할 순 없지만 년도와 시즌을 떠올리면 구체적인 그래픽과 디테일이 떠오를 만큼 그가 만든 옷과 정서는 내가 패션을 보고 느끼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급증한 그에 대한 관심은 질샌더나 디올에서 흘러나온 것이 아닌 그가 20년 넘게 그가 만들어 오고 있는 남성복 본연의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에 배후에는 현재의 분위기 보다 먼저 그의 컬렉션을 접하고, 동시대적으로 보고 느낀 사람들의 동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를 통해 영향받은 패션씬이 그의 패션을 오마주로 성장한 것처럼 나 역시도 그의 남성복이 존속 되는 한 그가 만든 시대와 시절을 꾸준히 살피며 경의 할 것이다. 2004년 처음 내가 그의 컬렉션을 구전으로 접하고 넋을 놓았던 그 당시부터 소년 티를 벗고 자라난 현재에 이르기까지...다가오는 계절엔 새로 나온 시즌에 그가 만든 스웨터를 빨리 입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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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ha Rubchinskiy

디자이너가 포착한 청년문화는 이미 동시대 패션을 선도하는 하나의 원동력이 된 지 오래다. 2000년대 초반 디올옴므<dior homme>의 시작과 함께 크리에익티브 디렉터로서 브랜드의 모든 것을 창조한 에디슬리먼<Hedi Slimane>은 록(Rock)밴드 문화에 인접한 소년들을 하이패션무대로 옮겨와 남성복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고,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RAF SIMONS> 역시 자신이 보고 느낀 지역 문화 안에서 감명받은 십 대들의 정서를 의복에 접목시켜 현대 남성복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최근에 이러한 문화를 다시 트랜드의 중심에 올려놓은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1985년생인 러시아<Russia> 모스크바<Moskva> 지방 출신의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라는 디자이너다. 그가 보여주는 패션은 청년문화 중에서도 온전히 스케이트 보더<skate boarder>들에 대한 조명을 목적으로 완성된다. 하지만 그는 젊음과 멋을 다루는 일부 브랜드들처럼 비단 이것을 일회성이나 하나의 컬렉션을 만드는 일시적 단서로 삼진 않는다. 1999년 <aglec>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처음 선보인 시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는 대중 앞에 줄곧 한길만을 선도해왔다. 그의 이러한 확고한 정체성은 자신이 꾸준히 지지해 온 애정어린문화에 대한 치밀한 관찰로부터 발화된 것이다. 실제로 그가 직접 지켜 보고 촬영한 러시아 소년들의 모습은 그의 브랜드에 대한 구체적인 단서로 조명되기도 하고, 청년들의 일상과 행동을 취재 하는 다큐가 되기도 하며 여러 번 개인 출판물과 잡지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그가 포착한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 스킨헤드를 하고 몸에는 타투 하나쯤은 새기고 있을 법한 해골처럼 깡~마른 러시아 지역의 소년들은 현재까지 그의 브랜드의 핵심적 정서로 컬렉션 곳곳에 존재한다. 그렇게 쌓아온 애정어린 시선과 개성은 결국 하나의 '멋'이 되어 오늘날 사람들 앞에 그를 하나의 정체성으로 존재하게 만들었다.

ГОША РУБЧИНСКИЙ

 

 그는 거리문화와 스케이트 보더들을 위한 옷을 만들지만, 여기에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과 시절에 대한 감화를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이미 사람들의 눈에 익은 문화를 세계적인 관점에서 다루되, 그걸 표현하는 방식은 오로지 러시아의 언어와 목소리로만 이야기한다는 것이 그의 패션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패션에 있어서 생소하다는 것은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취득하는 결정적 계기를 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동떨어진 감각과 시선이라는 반감을 주기도 한다. 익히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실제로 그의 옷에 자주 보이는 <ГОША РУБЧИНСКИЙ> 라는 문구는 러시아어로 만들어진 그의 브랜드 로고다. 우리가 흔히 글로벌한 비전을 도모하는 패션브랜드를 현실에서 만날 때, 영어권과 유럽 일부 나라들을 제외하면 모국어를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브랜드를 만난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만큼 패션에서 브랜드에 명칭과 타이포 그라피<typo graphy>에 대한 사용은 언어적으로 익숙할 정도로 한정된 방식을 강요받아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고샤 루부찬스키는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을 자신만의 목소리와 언어로 멋지게 부인해냈다. 물론 그의 옷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 중엔 그가 옷에 새겨 놓은 문장의 의미와 단어의 뜻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입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아니 되려 그런 것엔 관심도 없어 보인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것보다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생소함과 함께 그의 옷에 각인된 언어의 형태가 가져다주는 입체적인 조형미와 아직은 어린 신비로움의 매력을 즐긴다. 그리고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러시아 소년들의 이국적인 멋과 에너지를 느끼고 입고자 열망한다.  일 년에 두 번 파리를 무대로 컬렉션을 진행하는 그의 브랜드는 앞으로 상황에 따라 80년대, 90년대를 지나 현대와 미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과 이야기를 차용하며, 저마다의 굴곡과 부침을 겪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옷 안에서 자신이 순수한 시각으로 포착한 러시아 소년들과 스케이트보더들의 대한 조명은 늘 독자적인 '멋'으로 사람들에게 선명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비밀은 없어!“라고 메아리가 울려 퍼질 만큼 전 세계적으로 정보의 공유가 활발해진 세상에서, 저마다 낯선 영역을 좋아한다는 것은 갈수록 희미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러한 시대에 좋은 디자인에 대한 결론을 오로지 지역과 문화 안에서 진솔한 시각으로 완성하고자 애쓰는 젊은 디자이너의 눈에 띄는 행보가 있기에 현대패션 씬<seen>의 미래는 앞으로도 희망적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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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nhard Willhelm


나와 비슷한 시기에 유년시절을 보내온 사람들 중 익히 패션을 좋아해 온 이들이 들어봤을 법한 버나드윌헴<Bernhard Willhelm>이라는 독일 디자이너가 있다. 그는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 <Antwerp> 출신에 패션디자이너로 학생시절 이미 모교<Antwerp Royal Academy>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월터 반 베이런동크<WALTER VAN BEIRENDONCK>로 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아온 디자이너다. 필자는 10년도 더 된 그의 과거 컬렉션을 예전부터 좋아해 왔다. 요즘처럼 유스컬처와 펑크문화가 혼재하여, 디자이너의 아카이브를 고가에 수집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의 과거 컬렉션에는 무언가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는 컬렉션을 꾸준히 전개하지만 캠퍼<camper>와의 작업이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되고, 벨기에가 아닌 예전부터 그의 패션에 남다른 지지를 보내온 일본으로 브랜드가 생산 거점을 틀게 되면서, 클래식과 헤리티지 브랜드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은 결국 그의 패션을 변방으로 몰아내 버렸다. 한때, 맨즈논노나 쿤 같은 일본에서 종이 매체로 나오는 스트릿 잡지가 각광받던 시절, 그런 책 속에서 그의 옷을 처음 만났다.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패턴과 독창적인 옷의 구조는 보는 관점에 따라선 '현실에서 저걸 어떻게 입어?' 싶겠지만, 나에겐 무척이나 기발하고 신기한 세상처럼 보였다. 마치, 패션을 즐기는데 있어, 직업이나 경제수준 같은 사회관계망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란듯이 비웃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깨에서 부터 팔을 쭉~ 잡아 당긴듯한 독창적인 실루엣을 가진 옷들 로프에 가까운 굵은 끈으로 동여맨 운동화, 별이 금방이라도 쏟아 질듯한 성조기 패턴에 젖 꼭지가 다 보일 정도로 과감한 앞치마 같은 슬리브리스, 화려한 실크스카프를 자유자재로 붙여 만든 가방, 과감한 컬러와 기괴하고 유아적인 프린팅의 비대칭 절개가 돋보이는 옷들은 볼수록 사서 입고 싶다는 생각을 무한대로 가지게 만들었다. 요즘처럼 일상과 사람에게서 패션에 무언가를 찾는 동향과 그의 옷은 한눈에 보기에도 판이하게 달랐다. 분명 패션 경향과 역사를 샅샅이 뒤져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생경한 모습이었다. 제품을 만드는 모든 사고에서 형식을 비틀고, 파괴하는 것이 패션에 상업적인 시장 논리와는 다르게 오로지 홀로 빛나 보였다. 얼마 전 필자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그가 과거에 만든 제품 중 하나인 기괴한 피에로가 옷을 가득 메우고 있는 후드 파카를 놓고 ‘진정 이게 당신의 옷이 맞는지?' 그에게 직접 질문받은 일화가 있다. 그는 '내가 가진 옷과 함께 시공간을 초월한듯한 당신의 패션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좋다.' 라고 친히 답글을 달아 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이제, 더는 그가 만든 옷을 사서 입지 않는다. 아마 여기에는 패션을 대하는 정서적으로 내가 변하여 스스로 돌아선 부분도 있지만, 그가 만든 옷 또한 독창성과 실험성이 기분 좋은 소유욕을 만들던 과거에 비해 많이 시들해졌다. 그 역시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을까? 자신이 과거에 만든 옷을 두고 특별하게 반응하는 태도에서 디자이너가 각별하게 생각하는 아카이브가 내 물건 이라는 뿌듯함과 함께 분명한 아쉬움이 뒤를 이었다. 어쩌면 고착화된 형식과 방향성이 없어서 수차례 창의적으로 빛나 보였던 그의 패션이 사람들 사이에서 가라앉은 것도 사적으로 더 커지고 시각적으로 광활해진 환경이 만든 미적 고립이라 생각하면 패션이 초례한 급진적인 만큼 위태로워 보이는 변화가 갈수록 매정하고 안타깝게 다가온다. 오로지 자연스러운 형태와 꼼꼼한 완성도에 따라 가치를 매기고, 수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레터링을 즐기는 현재 패션 경향과 달리 뜻밖에 형태와 고차원적인 시도들이 넘쳐나던 당시의 풍경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아득하고 먼 옛날이야기처럼 그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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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 Division - Unknown Pleasures by Peter Saville

 조이디비전<Joy Division>의 데뷔앨범으로 유명한 <Unknown Pleasures>는 현재에 와서도 팝 앨범을 회고할 때, 상업성과 비평 성을 고루 갖춘 문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각각의 멤버들의 다재다능한 연주와 댄스음악을 베이스로 그룹의 구심점이면서 작사가이기도 한 이언커티스의 좌중을 압도하는 광기 어린 몸짓과 음산한 보컬은 그들의 음악을 순식간에 화제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특히 이러한 앨범의 성공에는 음악만큼 <Peter Saville>가 작업한 앨범 커버사진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아트디렉팅을 평가하기에 앞서 당시 시대상황을 들추어낼 필요가 있다. 70년대가 끝나갈 무렵인 당시 시대상황으론 포스트모더니즘<post modernism>과 펑크문화가 결합되어 어딘지 모르게 산만하고, 자극적인 기운들이 넘쳐나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순응하지 않고,캠브리지 천문학 사전에 실린 초신성 <PSR B1919+21>의 스펙트럼에서 착안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무채색 바탕에 '산'처럼 꾸물거리는 라디오 주파수만이 덩그러니 보이는 작품을 내놓았고, 이것은 조이디비전의 음악처럼 기존의 형식을 거부하는 하나의 음산한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 그 이상의 가치로 애호 받고 있다. 특히 1980년대의 접어들면서 팀의 머리와 목소리였던 이언커티스<IanCurtis>의 갑작스런 부고로 남은 멤버들이 밴드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결성한 뉴오더<New Order>의 앨범 작업 역시 Factory record(사)를 통해 Peter Saville가 전담하게 되면서 앨범의 부속품처럼 여겨지던 커버 사진에 대한 인식을 음악을 벗어난 범주에서도 시각적으로 환영받을 수 있는 기치로 바꾸고, 그래픽 작업의 미적 가치를 새롭게 확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특히 Factory record에서 진행해온 <Peter Saville>의 작업과 <New Order> 음악에 유년시절 부터 남다른 애정을 지니고 있던 패션디자이너 #라프시몬스 <raf simons>가 그와 함께 그의 기존 아카이브들을 기반으로 완성한 2003년 가을/겨울컬렉션의 제품들은 패션을 통해 음악과 그래픽 디자인이 가장 미시적으로 결합된 사례로 지금도 꾸준히 회자된다. 

 실제로 국내 인기 포털 사이트에 조이디비전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에 에코백이 가장 먼저 따라붙는다. 그리고 여기에는 티셔츠부터 액세서리까지 <Peter Saville>의 작업들이 결합된 다양한 상품들이 끝도 없이 보인다. 어쩌면 시대와 세대가 달라졌음에도 미적으로 꾸준히 그걸 찾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특정 형태가 내포하고 있는 고유의 상징성이 사람들 사이에서 변하지 않고 줄곧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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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legacy

크리스토퍼 나잉<Christopher Nying> 과 요콤할린<Jockum Hallin>이 2005년 설립한 북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스웨덴에 뿌리를 둔 패션 브랜드 아워레가시<our legacy>의 컬렉션은 일전에 뉴욕 디자이너들의 돌풍을 주도했던 아메리칸 스포츠웨어의 단상을 일정 부분 떠올리게 한다. 단아한 감성의 스웨트셔츠부터 포켓이 구조적인 테일러드 자켓, 테니스화에 기초를 둔 벨크로 스니커즈, 길이가 짧은 와이드팬츠나 버튼다운 형식의 옥스포드 셔츠 같은 제품들은 이와 같은 특징에 자신들만의 예스런 질감을 잘 반영시킨 대표적인 예이다. 그들의 컬렉션은 정적인 무채색과 따뜻한 파스텔 톤의 적절한 조화로 이루어져 있고, 나일론자켓이나 MA-1자켓을 통해 밀리터리와 아웃도어의 연장선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코듀로이나 베이비알파카 처럼 전통적인 직물도 아름답게 다루는데 능하다. 특히 그들이 만든 스웨트셔츠는 다양한 패치워크와 그래픽작업들로 저마다의 멋을 내는 요즘의 옷들과는 명확한 차이를 나타낸다. 보는것 만으로도 피부에 닿는 소재의 감촉이 연상되는 고운 입자와 컬러를 지니고 있고, 전체적으로 과장 되지 않은 반듯한 실루엣으로 되어 있다. 컬렉션의 차이와 특징에 따라 때론 현란한 자수를 넣는다거나, 숫자나 문장이 새겨지기도 하지만 자신들이 추구하는 옷의 고유적인 느낌에는 흔들림이 없다. 물론, 그들의 옷은 보는 순간 화려한 잔상을 남기진 않는다. 하지만 수십 년 전 친구에게 받은 오래된 엽서를 꺼내 읽을 때의 기분처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그 자체로 어떠한 '완성된 기분'을 전해준다. 그리고 이것은 브랜드의 명칭인 '우리들의 유산' <our legacy> 이라는 그들의 깊은 속내가 스웨덴이라는 나라의 정서적 특징과 함께 만날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패션이 과거에 대한 범주를 다룰때, 얼마나 사려 깊게 다가오는지, 아워레가시의 옷을 보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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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2015. 7. 12. 18:33

 

jw.anderson by jonathan anderson

조너선 앤더슨 <jonathan anderson> 이 만드는 패션은 실로 다양한 관점에서 문화적 경계를 넘나든다. 특히 그중에서도 그가 만드는 브랜드 <jw.anderson>의 남성복은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에 반기를 드는 젊은 디자이너의 비범한 태도가 깃들어져 있다. 하지만 그는 이것을 선대의 디자이너들처럼 사회적 동향에 결부시키거나 선정적인 시각으로 과장하진 않는다. 다만 자신이 품고 있는 남성복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누구보다 명확한 시각으로 전하려 노력한다. 가령 크롭탑 형태의 니트와 한쪽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아찔한 튜닉, 프릴이 달린 미니스커트 길이에 반바지처럼 룩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요소를 오로지 남성의 상식 밖에서 차용하고 탐험한다. 그럼, 여기서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늘 패션을 '사적인 광채'라 칭해왔다. 그만큼 좋은 안목이라는 것은 좋은 옷을 판단하는 저마다의 수준과 잣대가 되어 가치를 조명해 왔다는 의미다. 하지만 패션이 도래한 긴 역사 이래 이제 막 걸음마를 뛴 어린아이도 그런 어린아이를 손주로 둔 백발의 노인도 남성복과 여성복의 차이는 한눈에 구별할 줄 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확신은 결국 성별을 구분하는 것은 수준 높은 안목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보단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익힌 오른손과 왼손을 구분하는 것처럼 좀 더 명확하고 자연스러운 감각에 가깝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것은 곧 앤더슨의 남성복이 저마다 새로움을 호소하는 신진문물들 사이에서 특별한 장치 없이 '성별에 대한 반론' 그 자체만으로도 대중에게 독창적인 시선과 분명한 호기심을 양산할 수 있게 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일전에 남성패션지 판타스틱 맨<Fantastic man> 과의 인터뷰를 통해 '패션은 항상 어떠한 환상을 향해 나아간다.'고 밝힌 바 있다. 얼핏 듣기엔 당연한 말같지만 이건 아무나 실천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바라본 큰 관점에서 남성복은 문화를 반영하는 다양성은 꾸준히 진화해 왔을진 모르지만, 그 속에서 생활과 지위에 대한 반영도 끊임없이 요구되어져 왔던 게 사실이니까. 물론 앤더슨이 만드는 남성복은 현대인의 실생활이 접목된 의(衣)생활 본연의 의미에선 많이 벗어나 있다. 하지만 그는 이것을 장애는커녕 단점으로조차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패션에서 이것은 앞에서 밝힌 어떠한 환상을 좇는 극적인 수단으로 여겨지며,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패션에 대한 대중적인 모험심을 독려하는 투명한 배경이 되기도 한다. 물론 사람과 삶은 패션의 중요한 재단요소다. 하지만 그것이 디자이너의 창의적인 사고를 막는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의 패션이 수용과 거절의 의미 이상으로 대중에게 사랑 받는 건 컬렉션을 '어떤 존재에 대한 반응'이라고 말하는 디자이너의 태도가 옷에서 잘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Image source by fantastic man 2013년 가을/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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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2015. 6. 23. 18:35




Maison Kitsuné

메종키츠네<Maison Kitsuné>는 패션에 조예가 깊은 프랑스 출신의 일본인 건축가 마사야 쿠로키<Masaya Kuroki>가 세계적인 #일렉트로닉 <#electronic> 뮤지션 다프트펑크<Daft Punk>의 음악적 조력자였던 질다 로에크 <Gildas Loaec>와 함께 2002년 설립한 회사이자 브랜드이다. 이미 설립자들의 면면에서도 예측할 수 있듯이 이 회사는 패션과 음악의 이상적인 결합을 목적으로 탄생되었다. 사실, 문화적인 관점에서 되짚어볼 때, 패션과 음악의 교류는 호환과 일방적 영감에서 빚어진 공생의 역사였지, 기업적 측면에서 이것을 하나의 비지니스로 이해하고, 결합해 낸 접근사례는 그들이 최초였다고 해도 무방하다.
메종키츠네<Maison Kitsuné>가 만드는 옷은 자로 잰 듯 몸에 딱 맞는 테일러드 자켓과 질 좋은 캐시미어 가디건, PK티셔츠와 버튼다운 셔츠들까지 정교함과 베이직함이 공존하는 클래식의 현대적인 접근을 수행하고 있으면서도, 스웨트셔츠나 에코백 같은 캐쥬얼하고 활동적인 면모도 서슴없이 들어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또 한 그들에 브랜드 로고는 요염한 '여우'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키츠네(きつね)라는 말에 어원이 일본어로 '여우'를 상징하는 단어라는 점에서 형성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여우 모양의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세 가지 컬러를 입혀 일본과 프랑스 크게는 아시아와 유럽의 정서적 융합을 고급스럽게 구상한 결과로 보여진다. 이 밖에도 옷의 구성에 따라 특유의 키치적인 접근으로 여우 모양을 다채롭게 활용한 부분들은 그들의 옷을 즐기는 흥미로운 재미 중 하나다.
이렇듯 키츠네<Kitsuné>의 옷들은 아기자기한걸 글로벌하게 보여 준다는 관점에서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일본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파리지앵<parisien>(파리사람들)에 대한 동경과 독창적인 시선들이 반영된 결과다. 물론 그 중심엔 마사야 쿠로키<Masaya Kuroki>의 태생적 감각이 숨쉬고 있다.
이미 앞에서 암시했듯이 메종키츠네는 유명한 음반회사이기도 하다. 해외에선 그들이 하는 음악 작업들은 패션이 유입되지 않는 경로에서도 하나의 독립된 레이블로 그 가치를 인정 받은 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다프트펑크와 함께 음악 작업을 십 년 이상 해온 질다 로에크 <Gildas Loaec> 의 음악적 역량이 충분히 반영된 결과다. 그들은 단순히 음악을 옷을 파는 부수적인 매개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만큼에 남다른 전문성과 품질로 생산하며, 결국 이것을 하나의 문화적인 연관성과 기업적 신념으로 전파한다. 실제로 그들은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하고, 옷을 팔며, 문화를 파는데 익숙하다. 매 시즌 옷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 영상에선 자신들이 전개하는 음악을 영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이고, 전 세계에 몇 곳 없는 단독 매장에선 옷과 음반이 동시에 판매하고 있다. 길거리엔 자신들이 만든 레이블의 또 다른 구상인 카페가 운영되며, 카페에선 음료와 케잌 그리고 키츠네<Kitsuné>의 이름이 새겨진 커피잔과 컵, 향초 등이 판매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공간과 상품들은 문화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목표에 대한 상업적인 구상이 발현된 결과물이다.
오늘날 패션과 음악의 필연적인 교류는 아티스트의 엔터테이너적인 능력과 스타성이 미적으로 발산되는 하나의 수단이 되기도 하며,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옷을 만드는 일종의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우리들이 사는 삶을 얼마나 현실성 있게 반영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래서 문화적인 체험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일상과 생활을 재단하는 키츠네<Kitsuné>의 행보가 음악과 패션이 생겨난 긴 역사 속 참신하게 인식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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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injunho
Journal2015. 5. 31. 13:34





Spectator by anteok - Pullover Shirt

 매 번 여름이 찾아올 무렵이면 자연을 재현하고자 하는 새로운 의지들을 보곤 하지만 열에 아홉은 입기 어려운 제품들뿐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하와이언 패턴의 클래식한 입장은 늘 고루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안태옥<anteok>이 만든 하와이언 셔츠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특별한 태도를 지녔다. 먼저 그는 기존에 하와이언 셔츠가 가진 고전적인 남성성을 부정하면서 셔츠 고유의 방식으로 새로움을 추구해냈다. 우리는 이미 지난 시즌에 그가 카모플라주<camouflage>패턴에 투박한 해석을 피하기 위해 스트라이프 패턴을 함께 사용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작년 봄/여름 시즌에 나온 이셔츠 역시 지난 과정에 연장선으로 하늘색 스트라이프 패턴과 하와이언 프린트를 공존시킴으로서 기존 셔츠가 가지고 있던 낡고 병든 화사함에 캐쥬얼한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뿐만 아니라 이 셔츠를 즐기는 각별한 재미에는 패턴의 교차지점 외에도 다양하다. 스케이터보더<Skateboards>들의 보호장비인 헬멧의 ‘턱끈'장치에서 유래된 탭 칼라<Tab Collar>의 변형으로도 보이는<chin strap>장식을 통해 첫 단추를 채울 수 있도록 만든 부분과 버튼다운 <Button-down>방식을 동시에 사용해 셔츠 자체가 줄 수 있는 재미도 추구했으며, 풀 오버 <pullover> 형태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셔츠 중앙에 다정하게 달아 놓은 두 개의 미니 포켓 또한 탁월한 확신을 가지게 한다. 그는 기존 셔츠가 구조를 망각하는 화려한패턴을 단점으로 지적 받았다면 이것을 외면하지 않고, 옷이 가지는 근본적인 구조에서만 인식되는 재미를 통해 가치를 상쇄할 수 있는 똑똑한 발상을 보여주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하와이언 셔츠는 자유롭고자 하는 중년 남성의 고루한 욕망에 소산물로 분류 되어져 왔다. 처진 뱃살과 생활 속에서 단련된 적당한 근육질 몸, 그 안에서 듬성 듬성 잘 자라난 털은 하와이언 셔츠가 입혀지는 외형적 규칙이었다. 하지만 패션은 나이를 먹은 만큼 고립된 부분에 환기를 요한다. 나는 이것이 클래식과 밀리터리를 포함한 과거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많은 패션들이 나아가야 할 좋은 방향성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거진 숲 속의 캥거루 같은 안태옥의 스펙테이터<Spectator>셔츠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까닭은 옷 자체에 매력과 함께 이러한 방향성의 부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것이 내가 그를 어덜트컨템퍼러리 <adult-contemporary>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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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injunho
Journal2015. 5. 31. 13:30











Nigel Cabourn x fred perry

 스포츠가 패션에 새로운 행동범위를 구성하는 데에는 늘 과거의 영광이 뒤따른다. 그리고 이러한 영광에 잣대는 시대와 함께 조명받은 역사적 사실과 개인을 모델로 형성 되어져 왔다. 이것을 우리는 '스포츠스타'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듯이 프레디페리(fredperry)의 역사는 설립자인 'Frederick John Perry'가 1930년대에 테니스대회 세계챔피언이 되었던 사실을 근간으로 한다. 그리고 이것은 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개인의 영광이 브랜드의 설립이념이 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1929년 'Frederick John Perry'가 세계 탁구챔피언이었다는 사실에 대해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이번 프레디페리(Fred Perry) 의 협업 컬렉션이 패션의 상징적인 관점에서 특별한 멋을 지닌 이유는 여기에 있다. 브랜드의 초석에 가려져 대중이 알 수 없었던 과거의 영광을 살아 있는 (빈티지 아카이브<vintage Archive>)라 할 수 있는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 나이젤카본(Nigel Cabourn)과 함께 오롯이 재현해냈다.

 이번 컬렉션에서 그가 주목한 과거는 1940~1950년대를 관통하는 세계적 탁구영웅 'Victor Barna'가 활동 당시 착용했던 의상들을 기초로 하고 있다. 여기에 프레디페리(fred perry)가 패션을 통해 바라보는 고유의 스포츠적 관점과 표현방식 중 유사한 부분들을 발견하고 대입시켜 자신만의 방식으로 멋진 탁구복을 만들어냈다. 자유로운 팔과 다리는 보폭의 여유를 가져야 하는 스포츠의 특성상 실루엣은 다소 퍼지고 흘러내리는 듯한 여유 있는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프로젝트 계획 당시부터 기대가 컸던 프레디페리(fred perry)의 정신적 증거라고 할 수 있는 피케이(Pique)셔츠의 경우 버튼 대신 지퍼를 사용해 기능적인 재미를 더했으며, 탭 칼라(Tab Collar)를 통해 스포츠가 클래식과 공존할 수 있는 구성도 잊지 않고 마련해 두었다. 주름이 곱게 퍼진 반바지, 슬리브리스(sleeveless)가 겹쳐진 피케이(Pique)셔츠 등은 그가 작업 당시 영국국가대표 탁구코치와 탁구장에서 공을 주고받으며 즐긴 경험들을 잘 반영해 놓은 결과일 것이다.      

 나는 패션에 있어서 과거란 연결과 단절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늘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다가온 몇 년 사이 현대 패션에서 스포츠는 하루에도 수십 개씩 한정판을 쏟아 내고, 거리문화와 힙합(Hip-Hop)의 동행으로 과장 되고 화려한 비전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을 나는 하나의 단절로 추측한다. 그것이 무조건 잘못된 현상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발전만큼 발견도 중요한 재능임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꺼진 촛불'처럼 지나간 시대를 재현하고 있음에도 그가 만든 옷이 늘 새롭게 인식되는 이유에는 이런 우직하고, 꼼꼼한 시선이 옷에서 늘 현실성 있게 들어 나기 때문이다.


영상 : https://youtu.be/eBU3vAnFp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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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injunho
Journal2015. 5. 31. 13:22






blankof Daypack for I AM SHOP



원덕현은 열정을 과장하지 않는 친절한 퀄리티로 풀 줄 아는 디자이너다. 그래서 그가 만든 작업물은 늘 단순하지만 특별하고, 익숙하지만 찾게 되는 매력을 지녔다.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처음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그가 만든 작업물을 봤을 때 내가 떠올렸던 기억이 무엇인지... 먼저 20세기 패션의 혁신성을 논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미우치다프라다(Miuccia Prada)가 명품브랜드 프라다(PRADA)를 인계받으면서 출시한 포코노(Pocono) 가방이 바로 그것인데, 당시(1978년)에는 하이패션에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실루엣과 이미지에 따라 선구시 되던 시기였지, 소재를 통해 혁신을 가져온다는 것은 접하기 어려운 시대였다. 그래서 고부가 가치를 지향하던 하이패션에서 가죽을 사용해 가방을 만든다는 것은 여자가 치마를 입는 것 만큼 자연스러운 일이였다. 하지만 미우치다프라다는 가죽가방이 가진 무겁고 투박한 구성에 열광하는 세상을 향해 의문을 품었고, 마침내 낙하산에 쓰이던 기능적인 방수천을 사용해 가방을 만들어, 가죽가방이 절대 범접 할 수 없는 가격경쟁력의 우위를 가지는 것과 동시에 활동적인 디자인과 가볍고, 실용적인 기능성으로 시장성의 판도를 바꾸고, 사랑받을 수 있는 혁신을 일구어냈다. 원덕현 디자이너가 만드는 블랭코브 (blankof) 또한 프라다(PRADA)의 포코노(Pocono)백과 유사한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고급 헤리티지와 클래식 사이에서 상질의 가죽가방만이 환영받던 시대에 디자이너 원덕현은 가볍고 튼튼한 나일론 가방을 보란 듯이 세상에 내놓았다. 또한, 그는 미우치다 프라다가 만든 포코노(Pocono)백의 디자인적 혁신성을 고스란히 곁에 두면서 자신의 제품에 좀 더 현대적인 구성을 추가하였다. 그것은 바로 '생활'이다. 생각 해 보자, 과거 20세기와 21세기를 구별 짓는 좋은 디자인에 대한 관점은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바로 제품이 사용자의 '생활'을 주도한다는 점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의 최근 작업을 통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가방 내부를 확인해 보면 '실용적이고 꼼꼼한 구성이다.'는 찬사와 함께, 떠오르는 브랜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아티스트와 현대인들의 일상을 안전하고 아름답게 수납하는 방식을 만들어 사랑받고 있는 유럽발 브랜드 인케이스(incase)가 바로 그 것이다. 그들이 만든 가방처럼 블랭코브의 가방 또한 기능에 방해가 되지 않는 아름다움 안에서 노트북과 필기구를 비롯 일상적인 수납공간이 제품의 아름다움을 대변해주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매거나 들 수 있는 가방의 끈 부분은 차량용 안전밸트에서 사용되는 나일론 조직에 끈을 사용하여 견고함을 더했으며, 안감에 경우 원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방탄재킷을 만들기 위해서 고안해낸 (INVISTA) 사의 (CORDULA BALLISTIC) 원단을 사용하여 밀리터리가 가진 우직한 성질을 아름답게 도입했다는 점에서도 가방 자체의 보존성만큼이나, 그 안에 담긴 개개인의 생활 양식도 보호하고자 하는 디자이너의 꼼꼼한 심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디자인과 구성들은 아름다움 이라는 목적으로 미니멀리즘과 실용성을 한배에 태우길 강요한다. 수갑을 사용해 팔찌를 만든 남자 헬무트랑(Helmut lang)이 추구하던 이미지의 의미는 크지만, 실용성이 배제된 과거의 미니멀리즘의 성향과는 비움에 대한 시대적 성질이 달라졌음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의미에서 원덕현의 작업물은 특별한 시사점을 지녔다. 자신이 영향받은 시대와 시절의 아름다움을 부정 하지 않고, 곁에 두면서 그것을 현대적인 관점으로 해석하여 오래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완성시켰다는 점에서 박수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늦 었지만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앞서 블랭코브를 향한 나의 연이은 찬사가 가장 아름답게 실현된 순간이 있어 소개해 볼까 한다. 바로 대한민국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유럽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하는 테일러링브랜드들로 구성된 편집매장 아이엠샵(I AM SHOP)과 블랭코브의 협업 백팩이 바로 그것인데, 이 제품은 간단히 말해 브랜드의 가치관과 정신을 제품 디자인에 반영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이다. 먼저 이 가방은 블랭코브가 매 시즌 출시하는 백팩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컬러의 변화 만으로 특별한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색상을 화이트컬러로 한정 지어 완성하였다는 점이 감동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제품의 기획단계에서 블랭코브 로고처럼 깨지지 않고 튼튼한 새하얀 접시 같은 가방을 만들어 보자는 결심이 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거기에 기존 제품이 가지고 있던 가벼운 착용감과 단단한 내구성을 기반에 두고, 기획의도에 맞쳐 만들어낸 결과이다. 단언하건대, 이 제품은 패션을 살피는 근거가 이미지에 대한 공감과 동경에서 출발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꼼꼼한 만듦새와 기능에서 찾는 사람들에게도 생경한 경험이 될 것이다. 실제로 이제품의 기획자이자, 아이엠샵의 오너인 정성묵 대표가 SNS를 통해서 남긴 ‘야호! 이제 이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박해일처럼 여행을 떠나야지.’란 말과 같이 이미지의 충실하면서 오래 맬 수 있는 가방이라고 확신한다. 참고로 이 제품은 40개 한정수량으로 만들어졌으며, 가방 내부에 01번부터 40번까지의 생산번호가 각인 되어져 있다. 청바지를 어깨에 걸친 것처럼 어려 보이는 자태를 간결함의 미학으로 실천 해낸 그들의 새하얀 결심을 응원한다.
그리고 기대된다. 앞으로 디자이너 원덕현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더 현명한 경험들을 제공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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