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2015. 7. 12. 18:33

 

jw.anderson by jonathan anderson

조너선 앤더슨 <jonathan anderson> 이 만드는 패션은 실로 다양한 관점에서 문화적 경계를 넘나든다. 특히 그중에서도 그가 만드는 브랜드 <jw.anderson>의 남성복은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에 반기를 드는 젊은 디자이너의 비범한 태도가 깃들어져 있다. 하지만 그는 이것을 선대의 디자이너들처럼 사회적 동향에 결부시키거나 선정적인 시각으로 과장하진 않는다. 다만 자신이 품고 있는 남성복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누구보다 명확한 시각으로 전하려 노력한다. 가령 크롭탑 형태의 니트와 한쪽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아찔한 튜닉, 프릴이 달린 미니스커트 길이에 반바지처럼 룩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요소를 오로지 남성의 상식 밖에서 차용하고 탐험한다. 그럼, 여기서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늘 패션을 '사적인 광채'라 칭해왔다. 그만큼 좋은 안목이라는 것은 좋은 옷을 판단하는 저마다의 수준과 잣대가 되어 가치를 조명해 왔다는 의미다. 하지만 패션이 도래한 긴 역사 이래 이제 막 걸음마를 뛴 어린아이도 그런 어린아이를 손주로 둔 백발의 노인도 남성복과 여성복의 차이는 한눈에 구별할 줄 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확신은 결국 성별을 구분하는 것은 수준 높은 안목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보단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익힌 오른손과 왼손을 구분하는 것처럼 좀 더 명확하고 자연스러운 감각에 가깝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것은 곧 앤더슨의 남성복이 저마다 새로움을 호소하는 신진문물들 사이에서 특별한 장치 없이 '성별에 대한 반론' 그 자체만으로도 대중에게 독창적인 시선과 분명한 호기심을 양산할 수 있게 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일전에 남성패션지 판타스틱 맨<Fantastic man> 과의 인터뷰를 통해 '패션은 항상 어떠한 환상을 향해 나아간다.'고 밝힌 바 있다. 얼핏 듣기엔 당연한 말같지만 이건 아무나 실천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바라본 큰 관점에서 남성복은 문화를 반영하는 다양성은 꾸준히 진화해 왔을진 모르지만, 그 속에서 생활과 지위에 대한 반영도 끊임없이 요구되어져 왔던 게 사실이니까. 물론 앤더슨이 만드는 남성복은 현대인의 실생활이 접목된 의(衣)생활 본연의 의미에선 많이 벗어나 있다. 하지만 그는 이것을 장애는커녕 단점으로조차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패션에서 이것은 앞에서 밝힌 어떠한 환상을 좇는 극적인 수단으로 여겨지며,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패션에 대한 대중적인 모험심을 독려하는 투명한 배경이 되기도 한다. 물론 사람과 삶은 패션의 중요한 재단요소다. 하지만 그것이 디자이너의 창의적인 사고를 막는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의 패션이 수용과 거절의 의미 이상으로 대중에게 사랑 받는 건 컬렉션을 '어떤 존재에 대한 반응'이라고 말하는 디자이너의 태도가 옷에서 잘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Image source by fantastic man 2013년 가을/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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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posted by Sin J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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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injun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