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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5.20 RAF SIMONS
  2. 2016.02.17 favorite look Fall 2016 Ready to Wear
  3. 2016.02.12 favorite look PRE-FALL 2016
Journal2018. 5. 20. 21:15

RAF SIMONS

 

필자는 컬렉션 리뷰를 팬레터 형식으로 바꿔 쓸 만큼 그(라프시몬스)의 오랜 팬이다.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로 그를 꼽는 데에 추호의 의심도 없다. 패션디자이너에 대한 호기심이 낯선 과거, 무작정 서구문화에 대한 동경만이 마음속에 자리하던 당시에 우연한 기회로 접한 그의 초기 컬렉션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지금 확고해진 취향에 많은 부분은 이미 그때 완성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이켜 보면 라프시몬스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로 갓 데뷔한 1995년은 남성복에 정서와 결이 지금처럼 다양한 시대는 아니었다. 1980년대 성행한 파워숄더재킷이 남성복 런웨이에 아직 등장하던 시대였고, 고급기성복과 스트리트웨어 사이에 경계도 그저 경계로만 존재하던 시절 이였다. 톰 포드<Tom Ford>가 구찌<GUCCI>에서 만든 상질에 턱시도 재킷에 빈티지 청바지를 입는 정도가 '상반된 문화에 급진적 교류'로 소비되던 시대였으니,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 무렵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가구디자이너로 일한 라프시몬스<Raf Simons>는 우연한 기회로 패션계에 데뷔해 훗날 다가올 남성복 경향에 획기적인 변화를 제시하고, 남성복을 넘어 패션문화시장 전반에 정서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끼친 명실상부(名實相符) 이 시대 최고의 패션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그가 만든 남성복은 줄곧 하나의 커다란 정서 안에서 몇 가지 결로 나뉘어왔다. 십 대들의 유니폼이라 할 수 있는 교복을 현대적인 형태로 재해석한 1995년 데뷔 컬렉션을 시작으로 데이비드보위를 위시한 펑크스타일과 스케이트보더들을 모티브로 한 십 대들의 주된 배경과 놀이문화가 주제가 된 세기말의 컬렉션들은 곧 다가올 21세기 남성복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할 일종의 포문과도 같았다. 이후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선보인 십 대 소년들을 매개로 한 기발하고, 놀라운 시도들이 넘쳐났던 그의 컬렉션은 매 시즌 저마다의 주제의식과 십 대라는 매개체를 일관된 정서로 풀어내 당시 패션계에서 단연코 독보적인 아우라를 뿜어냈다. 필자가 가장 열정적으로 좋아했던 그의 컬렉션들도 모두 이 무렵에 쏟아졌다고 해도 될 정도다. 그렇게 시즌을 거듭하며 연이어 쏟아진 하나의 학원물 시리즈 같던 그의 남성복은 새벽을 지나 아침을 맞이하는 자연의 섭리처럼 2005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당시 공석이던 질 샌더<JIL SANDER>의 수장자리에 그가 낙점되면서 미니멀리즘의 현대적인 정수를 모색하던 그의 머릿속은 독립된 남성복 레이블까지 한결 성숙하고, 간결한 느낌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전에 그의 남성복을 이루던 만화 같은 그래픽과 거친 재단 방식은 한층 미래적이고 정돈된 방향으로 선회되었다. 이후 존갈리아노의 후임으로 크리스티앙디오르<Christian Dior>의 여성복 꾸띄르 컬렉션을 지휘하며 유서 깊은 하우스 패션에 역사와 상징성을 특유에 현대적인 감각으로 선보이며 패션디자이너로서 새로운 변곡점을 지나온 라프시몬스<Raf simons>는 작년부터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브랜드 캘빈클라인<Calvin Klein>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로서 새로 개설된 <205W39NYC> 컬렉션 라인을 포함한 캘빈 클라인에서 전개하는 모든 상품 라인에 디자인과 마케팅을 총괄하며 예술과 상업성이 혼합된 브랜드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또한, 그의 이러한 행보는 데뷔 이래 줄곧 유럽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오랜 남성복 브랜드의 거점을 처음 뉴욕으로 트는 계기로 이어진다. 이후 몇 차례 뉴욕에서 선보인 남성복 컬렉션에서 그는 다양한 문화예술과의 동경이 깃든 조우로 과거보다 선명하고, 관록 할 만한 컬렉션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세계적인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이어가고 있다.  어쩌면 선대 디자이너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곳에 마음을 빼앗긴 그의 초기컬렉션은 지금 살펴봐도 상당히 이색적인 요소들이 많았다. 이미 선배 디자이너인 마르탱 마르지엘라가 먼저 시도한 (옷의 크기를 과장되게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둔) 사이즈의 대한 개념을 비트는 종류의 실험을 그는 일찍이 요즘 시대가 열광하는 항공 재킷과 스웨트셔츠에 접목했다. 여기에 십 대들의 심상이 담긴 기하학적인 그래픽과 단어들을 암호처럼 나열하는 것으로 그가 추구하는 남성상의 근본을 브랜드의 중심 요소로 내세웠다. 폭이 좁고 가는 실루엣에 테일러드 재킷과 코트, 셔츠에 소매를 거칠게 자르고, 디자이너의 서명으로 보이는 ‘R’ 자수를 터틀넥 목 부분과 셔츠 가슴부분에 작게 새긴 방식에 작업들은 얼핏 보기엔 난해해 보여도 누구나 알법한 남성복의 구조를 비틀고 새로 적립하는 과정의 일환이었다.  특히 실제 공군들의 유산으로 알려진 패션계에선 펑크와 하위문화의 상징물로 정착한 항공(MA-1)재킷에 크기를 과장되게 키우는 작업은 몇 시즌 째 그의 초기컬렉션에 연이어 등장한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이후 그의 컬렉션을 레퍼런스로 삼은 무수히 많은 후대 디자이너 브랜드와 하이엔드 스트릿웨어 브랜드의 대표적인 주류상품의 일환으로 현재까지 그 명맥을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또한 스웨트셔츠와 후드 파카 역시 커다란 변주의 일환으로 그의 컬렉션 곳곳에 등장했다. 기존에 베이직한 일상복과 스포츠 브랜드의 일률적인 로고사용방식에서 벗어나 십대들의 초상이 담긴 만화 같은 그래픽과 몽상적 언어들을 요소마다 심미적으로 집어넣음으로써 기존에 패션 아이템의 생활양식과는 전혀 다른 정서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라프시몬스가 어린 시절 심취했던 영국 록 밴드들의 모습과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의 음악들은 훗날 그가 만든 스웨트셔츠와 초기컬렉션 아이템 곳곳에 상징적인 그래픽과 패치워크로 등장해 중요한 오마주로 남았다.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9.11테러 사건을 풍자한 느낌의 컬렉션으로 주목받은 2002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그는 모델들에게 무정부적 텍스트가 나열된 후줄근하고 구멍 난 스웨트셔츠를 입히고, 아랍인을 연상케 하는 복면을 씌워, 횃불을 들고, 컬렉션 장을 비장하게 걷게 했다. 또 한 2003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그가 유년시절 동경한 밴드 조이디비전<Joy Division>과 뉴오더<New Order>의 앨범표지 디자인을 전담했던 피터셀비<peter saville>의 그래픽작업을 자신에 컬렉션 제품 곳곳에 접목한 사례는 음악과 패션이 가장 아름답게 결합한 순간으로 꼽히며 현대에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전설로 회자되고 있다. 이밖에도 동양종교에서 착안한 주술장식과 파스텔컬러가 주를 이룬 2004년 봄/여름 컬렉션과 밀리터리 스타일의 원조와도 같은 카모풀라쥬 봄버와 각종 패치워크 장식들이 공존하고, 커다란 실루엣의 옷들이 독창적인 레이어드 스타일을 만들며, 어두운 분위기를 풍긴 2001년 가을/겨울 컬렉션까지 다 열거할 순 없지만,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그의 컬렉션은 당시 패션계가 소홀하게 여겼던 세대에 대한 가장 급진적인 목소리이자, 복잡하고 비범한 스타일의 혼합된 결과물이었다. 십대 소년이라는 한정된 주제를 가지고 이토록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디자이너는 훗날 그<라프시몬스>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그를 알기 전 탄탄한 근육질 몸매와 도회적인 남성들이 지배한 20세기 남성미의 기준은 일찍이 록 키드 이미지를 차용해 디올<Dior>의 남성복을 창조한 에디슬리먼<Hedi Slimane>의 등장과 함께 허물어 진 거라고 믿어왔었다. 하지만 그 밑바탕엔 1990년대 먼저 데뷔한 라프시몬스<Raf Simons>의 조용한 도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늦은 2003년 무렵에 처음으로 알았다.  그의 유년시절은 지금 그가 당면한 호화로운 패션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형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 상영관이나 백화점조차 없는 벨기에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야간 경비원 아버지와 청소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에게 환경이 주는 심미적인 교감은 아주 제한된 것이었다. 새로 나온 패션 컬렉션을 접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고, 지금 그가 숨 쉬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여기는 갤러리에서 예술작품을 본다는 것 역시 망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저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듣기 위해 동네에 작은 레코드점을 배회하는 것만이 유년 시절 그의 유일한 흥밋거리였다. 그렇게 주어진 환경에서 영국 뉴웨이브 밴드 음악에만 빠져 지내던 시골 소년의 사소한 흥미와 기억들은 

 

훗날 자신이 만들 남성복 브랜드에 중요한 주춧돌이 되어 새롭게 등장했다.  성냥개비처럼 깡마른 소년들의 퀭한 눈동자와 낯선 사회에 대한 반감을 품은 고독한 십 대들의 정서는 아마 유년시절 그가 직접 보고 느낀 유럽 소년들의 실존하는 초상 그 자체였을 것이다. 물론 최근에 새롭게 뉴욕으로 둥지를 옮긴 그의 남성복 역시 매우 좋아한다. 여전히 다른 디자이너와 패션에 대한 동경이 마음속에 일어날 때도 항상 그의 컬렉션과 아이템을 살핀다. 하지만 오늘날 아메리칸 드림이 그에게 손을 내밀고, 흑인음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그의 초기컬렉션의 가치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리고 있는 지금 시대는 나에게 어딘지 모를 낯섦이 있다. 폐쇄성과 고독함이 짙던 그의 과거 컬렉션들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속에 일어서일까?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 디지털 매체라는 용어조차 생소한 시대에 내가 추종하고 생래적으로 지니지 못한 정서를 패션을 통해 소유하고 싶었던 몽상들이 그의 옷과 장신구엔 가득했다. 아름다움을 향한 모든 기준이 기성 방식을 비틀던, 마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꿈처럼 느껴져 더욱 눈부셨던 그의 과거 컬렉션들은 소년티를 몇 번은 더 벗은 지금도 내 생활 반경 곳곳에 여전한 열기로 남아 있다. 그래서 좋다. 저마다 창의성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신진문물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푸르디푸른 시절을 회상하게 만드는 장인의 손길이 삶의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날 살아가는데 큰 위로와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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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posted by Sin J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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