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바구2025. 7. 23. 18:39

 

new dior by Jonathan Anderson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이 디올<Dior>에서 선보인 남성복 데뷔 컬렉션을 보고 오랜만에 마음이 파르르 설렛던 건 그의 새로운 시작이 에디슬리먼과 그 이후 몇 차례 후임자들이 보여준 변화와 확연히 달라 보여서였고,그와 동시에 지금 씬의 부재한 무언가를 간직한 시작처럼 보여서였다. 물론 이제 겨우 남성복 컬렉션 하나만 공개한 시점에서 섣부른 판단일 순 있으나, 그럼에도 디올의 새로운 외부 인사 결정과 앤더슨의 이직은 현재로썬 매우 긍정적이라는 생각이다. 우선 실시간으로 이어진 반응과 SNS에 쏟아진 호평도 그 긍정에 큰 지분을 차지하지만, 그보단 이전 직장에서 생기를 잃은 스페인 태생의 가죽 수공예 브랜드를 유구한 역사 안에서 영리하게 재정의하고, 그것이 기발함이든 아름다움이든 예술을 일상에 주저 없이 녹여냈다는 부분과 오래된 과거를 지혜롭게 담아둔 마법 상자 같은 제품들을 연이어 선보인 이력들이 지금 디올의 새로운 시작과 자연히 포개어져 만들어진 결론이기도 하다.

쇼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첫 번째 피스로 등장한 브랜드의 창립자인 무슈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이 1948년 만든 델프트<DELFT> 드레스에 기대어 만든 카고 반바지였다. 매 시즌 새롭고 까다로운 수작업 주문에 놓여 무수한 시행착오를 건너온 경험치에 의해 최고의 손재주와 끈기를 겸비한 디올 하우스의 장인들이 16미터가량의 원단을 자르고, 낚싯줄로 촘촘히 엮어 완성한 이 반바지는 옆을 툭툭 잘라서 물결치듯 주름을 낚싯줄로 이어, 마치 파리 전통 간식인 크루아상을 찢었을 때, 여러 갈래로 이어진 결을 보는듯한 형태가 주는 매력이 유쾌하고, 상징적이었다. 물론 아득한 프랑스 고전장식들을 일상복을 통해 비틀고, 생기 넘치게 섞은 부분도 탁월했다.

메인 운동화였던, 브랜드 서명이 각인된 통통한 질감의 보드화는 유년시절 품었던 스니커즈의 대한 소유욕을 상기시키는듯 해서 당장 신어 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자연히 눈 길이 갔다.

그리고 그 모든 요소들이 다채로운 비평적 요소를 겸비하면서 과잉된 자의식 보단 소비자들을 위한 질의와 결론 이라는 사실이 옷 그 자체로도 전해져서 좋았다.(이 정도 규모의 브랜드에서 젋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우선시하기 어려운 생각과 마음이다.)

생각해 보면 디올의 남성복을 세상에 처음 만든 에디 슬리먼<Hedi Slimane>과 얼마 전 바통을 넘겨준 킴 존스<kim jonese>의 남성복 사이에는 선호하는 이미지와 창조하고자 하는 남성상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테일러링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집착이 있었다. 반면 앤더슨은 여태 자신이 디자이너로써 걸어온 행보에서도 들러나듯이 전임자들의 그런 집착에서 디올을 산뜻하게 해방시켰다.

무엇보다 멋지다고 생각했던 건 소위 럭셔리 브랜드에서 패션을 짓는 이름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 중 개인으로써 무언가에 깊이 매료되어 특정 정서나 이미지로 새로운 룩을 창조해내는 경우는 알려진 바가 많다. 대표적으로 에디슬리먼과 톰포드가 그렇다. 한 가지를 향한 여러 갈래에 집착,

물론 이런 부분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써 충분히 매력적이고 창조적인 요소다. 그리고 대중에게 보다 명확한 소비 습관을 만들며, 나아가 닮고 싶은 개인을 제시하고, 호소한다는 면도 크다. 하지만 앤더슨은 실존했던 유구한 패션과 하우스의 역사를 탐험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창조할 수 있는 지혜를 찾고, 실현해 내는데, 집중했다. 마치 고전 미술품들이 즐비한 미술관에 견학 간 싱그러운 소년의 자화상 같달까?

숙성된 와인에 싱그러운 풋사과 맛이 와락 퍼지는 기분,

이 기분은 앤던슨 자신의 것이기도 하지만, 패션의 싱그러운 설렘을 가져본 모든 불특정 다수의 것이기도 하다.

오리지널 디올 살롱에서 공개된 쿠튀르를 현대에 얹고, 그런 기분을 컬렉션으로 소개한 그의 데뷔를 곱씹어 환영한다.

 

betweenmagazineofficial@gmail.com

written posted by Sin J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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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injunho
엉망장자2025. 3. 26. 23:19

 


 

 

burberry EKD 나일론 패딩 재킷 

 

 

 기후 조건을 반영해 방한을 생각하고 만드는 다운재킷은 내부에 사용된 충전재와 몸을 감싸는 느낌에 따라 설핏 합리적 연산이 가능한 옷처럼 보인다. 다만 나에게 있어 높아진 소비의 허들은 그런 상식적인 기술력과 상징성이 나란한 브랜드엔 어쩐지 눈길이 가지 않았다. 그보단 불필요한 요소나 특징, 의도적으로 비워둔 허술함이 있다거나, 때론 그런 합리적 연산을 넉넉히 넘어선 제품에 소비도 마음도 더 움직였다.

 

 다니엘리<DanielLee>가 만든 버버리<burberry>의 다운재킷은 단색 계열의 옷이 주는 명료함이 좋은 옷이다. 그래서 자연히 브랜드의 오래된 상징 자본인 체크무늬를 배제한 부분이 좋았고, 물론 기마상을 상징하는 EKD 로고가 자수로 들어가 있는 게 조금 걸리긴 했지만, 같은 색상으로 마감하여 잘 들어나지 않는다. 거위 깃털과 거위 솜털을 배합해 패딩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 실속 있게 만든 부분이나, 비록 현란하진 않지만 그래서 사람을 순간적으로 매혹하는 맛이 적고, 길이가 짧다거나 둥근 실루엣이 아니라서 패션위크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들이 떠오르는 듯한 과장된 요소가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만큼 겨울은 길고, 추위 말고는 생각하기 싫은 날도 많으니까. 무엇보다도 인테리어 소파에서 자주 본 듯한 격자무늬 굴곡을 전체적으로 사용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미 전직장에서 카세트 백으로 커다란 효과를 남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능이나 목적이 서로 다른 물체를 형태가 주는 느낌만으로 익숙해 보이도록 해석하는 그의 현대적인 재능이 잘 발휘된 제품이다.

 

 겨울이 다 지난 마당에 겨울옷 생각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겨울이 지난 후에 보아도 기억에 남는 옷이라서 짧게나마 기록해 두기로 했다.

 

 

betweenmagazineofficial@gmail.com

sourch

written posted by Sin JunHo

Posted by shinjunho
옷이바구2025. 1. 17. 19:05

 

David Lynch <1946.01.20 - 2025.01.16>

 

향년 78세 나이로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가 별세했다.

그의 작품 멀홀랜드 드라이브 <Mulholland Drive>를 무척 좋아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보고, 듣고, 느끼며, 악몽 속을 거니는듯한 감각은 지금도 선연하다.

서사나 맥락, 이야기를 구성하는 논리나 지혜 같은 요소들이 기승전결처럼 존재하지 않고,

지적인 사고 없이 오로지 직감과 감정으로 영화를 받아들이는 체험

논리와 대척점에 있는 추상적인 시도들에 총합 같은 느낌은

언제부턴가 나에게 '예술'하면 떠오르는 가장 본능적인 감각처럼 남았다.

생전 컬트작가로 불리며 소수에게만 열렬히 소비 되어온 그의 작품세계에 경의를 표한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명제처럼 마침표를 강요하는 시대에

매듭짓지 않은 물음표만으로 실존을 표현해 온 그의 생이

오늘 날 예술과 대중매체에 끼친 영향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광대하고, 크다.

다시 한번 위대한 예술가의 명복을 빈다.

 

 

betweenmagazineofficial@gmail.com

written posted by Sin J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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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injun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