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장자2025. 1. 9. 17:55

Bottega Veneta - bag

 

칼 라커펠트<KARL LAGERFELD>가 유명을 달리한 이후 공식적인 샤넬의 첫 외부 인사로 이직한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가 이번 시즌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에서 만든 어깨가방을 보고, 오랜만에 력셔리 하우스에서 사적인 조건에 근접한 좋은 물건을 보았을 때 드는 무언의 느낌표와 함께 필요 이상의 소유욕이 일었다. 우선 이 가방은 무게나 실용의 범주에서 가죽보단 장점이 많은 고품질의 나일론 소재를 중심에 두고 만든 제품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브랜드의 심장과도 같은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디자인에서 배제했다는 건 아니다. 다만 갑옷처럼 가방 전체를 가죽으로 구성해서 생길 수 있는 경직되고, 고루한 느낌에서 벗어나 가죽으로 만든 어깨끈과 이어진 가방 가장자리 부분에만 고명처럼 전통을 얹어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 나일론 소재가 주는 흐물거리는 단점도 가죽 부분을 통해 일거양득으로 자연스럽게 보완해 냈으며, 소지품을 담으면 무게에 따라 하중을 받아 담는 그대로 밑부분이 쳐지거나 형태가 변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방 밑부분에 견고한 가죽을 덧대어 놓은 부분도 탁월해 보인다. 은은한 카키 빛이 도는 회색 나일론과 브라운 색상에 가죽이 만나 서로 상충하지 않고, 차분한 조화를 이룬 부분도 도드라지지 않고 감각적으로 보여서 좋다.

전임자 다니엘 리<Daniel Lee>가 만든 마치 인테리어 소품 같은 초록빛이 연상되는 제품이나 그로 인해 생겨난 현상들은 당시 대중에게 분명 듬쑥한 반응을 끌어냈지만, 마티유 블라지는 후임자로서 그것을 아바타처럼 교묘하게 답습하지 않고, 브랜드가 가진 공예적 가치와 일상에서 럭셔리가 기능하는 방식을 정서나 현상이 아닌 물건 그 자체에서 발견하고, 세밀하게 다룬다는 점이 좋았다. 여기에 섬유와 색상이 서로 상충해서 빛을 만들어내는 패션에 본질적 생동감을 컬렉션을 통해 소환해낸 부분도 탁월했다. 그만큼 패션 그 자체로도 흥미롭고, 물건으로써도 아름다웠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패션 그 자체로도 흥미롭고, 물건으로써도 아름다웠다는 이야기다. 올봄 그가 만들어 낼 새로운 샤넬<CHANEL>이 기대가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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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posted by Sin J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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