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프시몬스'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8.05.20 RAF SIMONS
  2. 2016.06.29 favorite look SPRING 2017 MENSWEAR
  3. 2016.03.04 Raf Simons 2016년 가을/겨울 collection
  4. 2016.02.06 Gosha Rubchinskiy
  5. 2016.01.29 Joy Division - Unknown Pleasures by Peter Saville
Journal2018. 5. 20. 21:15

RAF SIMONS

 

필자는 컬렉션 리뷰를 팬레터 형식으로 바꿔 쓸 만큼 그(라프시몬스)의 오랜 팬이다.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로 그를 꼽는 데에 추호의 의심도 없다. 패션디자이너에 대한 호기심이 낯선 과거, 무작정 서구문화에 대한 동경만이 마음속에 자리하던 당시에 우연한 기회로 접한 그의 초기 컬렉션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지금 확고해진 취향에 많은 부분은 이미 그때 완성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이켜 보면 라프시몬스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로 갓 데뷔한 1995년은 남성복에 정서와 결이 지금처럼 다양한 시대는 아니었다. 1980년대 성행한 파워숄더재킷이 남성복 런웨이에 아직 등장하던 시대였고, 고급기성복과 스트리트웨어 사이에 경계도 그저 경계로만 존재하던 시절 이였다. 톰 포드<Tom Ford>가 구찌<GUCCI>에서 만든 상질에 턱시도 재킷에 빈티지 청바지를 입는 정도가 '상반된 문화에 급진적 교류'로 소비되던 시대였으니,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 무렵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가구디자이너로 일한 라프시몬스<Raf Simons>는 우연한 기회로 패션계에 데뷔해 훗날 다가올 남성복 경향에 획기적인 변화를 제시하고, 남성복을 넘어 패션문화시장 전반에 정서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끼친 명실상부(名實相符) 이 시대 최고의 패션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그가 만든 남성복은 줄곧 하나의 커다란 정서 안에서 몇 가지 결로 나뉘어왔다. 십 대들의 유니폼이라 할 수 있는 교복을 현대적인 형태로 재해석한 1995년 데뷔 컬렉션을 시작으로 데이비드보위를 위시한 펑크스타일과 스케이트보더들을 모티브로 한 십 대들의 주된 배경과 놀이문화가 주제가 된 세기말의 컬렉션들은 곧 다가올 21세기 남성복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할 일종의 포문과도 같았다. 이후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선보인 십 대 소년들을 매개로 한 기발하고, 놀라운 시도들이 넘쳐났던 그의 컬렉션은 매 시즌 저마다의 주제의식과 십 대라는 매개체를 일관된 정서로 풀어내 당시 패션계에서 단연코 독보적인 아우라를 뿜어냈다. 필자가 가장 열정적으로 좋아했던 그의 컬렉션들도 모두 이 무렵에 쏟아졌다고 해도 될 정도다. 그렇게 시즌을 거듭하며 연이어 쏟아진 하나의 학원물 시리즈 같던 그의 남성복은 새벽을 지나 아침을 맞이하는 자연의 섭리처럼 2005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당시 공석이던 질 샌더<JIL SANDER>의 수장자리에 그가 낙점되면서 미니멀리즘의 현대적인 정수를 모색하던 그의 머릿속은 독립된 남성복 레이블까지 한결 성숙하고, 간결한 느낌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전에 그의 남성복을 이루던 만화 같은 그래픽과 거친 재단 방식은 한층 미래적이고 정돈된 방향으로 선회되었다. 이후 존갈리아노의 후임으로 크리스티앙디오르<Christian Dior>의 여성복 꾸띄르 컬렉션을 지휘하며 유서 깊은 하우스 패션에 역사와 상징성을 특유에 현대적인 감각으로 선보이며 패션디자이너로서 새로운 변곡점을 지나온 라프시몬스<Raf simons>는 작년부터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브랜드 캘빈클라인<Calvin Klein>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로서 새로 개설된 <205W39NYC> 컬렉션 라인을 포함한 캘빈 클라인에서 전개하는 모든 상품 라인에 디자인과 마케팅을 총괄하며 예술과 상업성이 혼합된 브랜드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또한, 그의 이러한 행보는 데뷔 이래 줄곧 유럽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오랜 남성복 브랜드의 거점을 처음 뉴욕으로 트는 계기로 이어진다. 이후 몇 차례 뉴욕에서 선보인 남성복 컬렉션에서 그는 다양한 문화예술과의 동경이 깃든 조우로 과거보다 선명하고, 관록 할 만한 컬렉션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세계적인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이어가고 있다.  어쩌면 선대 디자이너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곳에 마음을 빼앗긴 그의 초기컬렉션은 지금 살펴봐도 상당히 이색적인 요소들이 많았다. 이미 선배 디자이너인 마르탱 마르지엘라가 먼저 시도한 (옷의 크기를 과장되게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둔) 사이즈의 대한 개념을 비트는 종류의 실험을 그는 일찍이 요즘 시대가 열광하는 항공 재킷과 스웨트셔츠에 접목했다. 여기에 십 대들의 심상이 담긴 기하학적인 그래픽과 단어들을 암호처럼 나열하는 것으로 그가 추구하는 남성상의 근본을 브랜드의 중심 요소로 내세웠다. 폭이 좁고 가는 실루엣에 테일러드 재킷과 코트, 셔츠에 소매를 거칠게 자르고, 디자이너의 서명으로 보이는 ‘R’ 자수를 터틀넥 목 부분과 셔츠 가슴부분에 작게 새긴 방식에 작업들은 얼핏 보기엔 난해해 보여도 누구나 알법한 남성복의 구조를 비틀고 새로 적립하는 과정의 일환이었다.  특히 실제 공군들의 유산으로 알려진 패션계에선 펑크와 하위문화의 상징물로 정착한 항공(MA-1)재킷에 크기를 과장되게 키우는 작업은 몇 시즌 째 그의 초기컬렉션에 연이어 등장한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이후 그의 컬렉션을 레퍼런스로 삼은 무수히 많은 후대 디자이너 브랜드와 하이엔드 스트릿웨어 브랜드의 대표적인 주류상품의 일환으로 현재까지 그 명맥을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또한 스웨트셔츠와 후드 파카 역시 커다란 변주의 일환으로 그의 컬렉션 곳곳에 등장했다. 기존에 베이직한 일상복과 스포츠 브랜드의 일률적인 로고사용방식에서 벗어나 십대들의 초상이 담긴 만화 같은 그래픽과 몽상적 언어들을 요소마다 심미적으로 집어넣음으로써 기존에 패션 아이템의 생활양식과는 전혀 다른 정서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라프시몬스가 어린 시절 심취했던 영국 록 밴드들의 모습과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의 음악들은 훗날 그가 만든 스웨트셔츠와 초기컬렉션 아이템 곳곳에 상징적인 그래픽과 패치워크로 등장해 중요한 오마주로 남았다.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9.11테러 사건을 풍자한 느낌의 컬렉션으로 주목받은 2002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그는 모델들에게 무정부적 텍스트가 나열된 후줄근하고 구멍 난 스웨트셔츠를 입히고, 아랍인을 연상케 하는 복면을 씌워, 횃불을 들고, 컬렉션 장을 비장하게 걷게 했다. 또 한 2003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그가 유년시절 동경한 밴드 조이디비전<Joy Division>과 뉴오더<New Order>의 앨범표지 디자인을 전담했던 피터셀비<peter saville>의 그래픽작업을 자신에 컬렉션 제품 곳곳에 접목한 사례는 음악과 패션이 가장 아름답게 결합한 순간으로 꼽히며 현대에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전설로 회자되고 있다. 이밖에도 동양종교에서 착안한 주술장식과 파스텔컬러가 주를 이룬 2004년 봄/여름 컬렉션과 밀리터리 스타일의 원조와도 같은 카모풀라쥬 봄버와 각종 패치워크 장식들이 공존하고, 커다란 실루엣의 옷들이 독창적인 레이어드 스타일을 만들며, 어두운 분위기를 풍긴 2001년 가을/겨울 컬렉션까지 다 열거할 순 없지만,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그의 컬렉션은 당시 패션계가 소홀하게 여겼던 세대에 대한 가장 급진적인 목소리이자, 복잡하고 비범한 스타일의 혼합된 결과물이었다. 십대 소년이라는 한정된 주제를 가지고 이토록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디자이너는 훗날 그<라프시몬스>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그를 알기 전 탄탄한 근육질 몸매와 도회적인 남성들이 지배한 20세기 남성미의 기준은 일찍이 록 키드 이미지를 차용해 디올<Dior>의 남성복을 창조한 에디슬리먼<Hedi Slimane>의 등장과 함께 허물어 진 거라고 믿어왔었다. 하지만 그 밑바탕엔 1990년대 먼저 데뷔한 라프시몬스<Raf Simons>의 조용한 도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늦은 2003년 무렵에 처음으로 알았다.  그의 유년시절은 지금 그가 당면한 호화로운 패션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형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 상영관이나 백화점조차 없는 벨기에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야간 경비원 아버지와 청소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에게 환경이 주는 심미적인 교감은 아주 제한된 것이었다. 새로 나온 패션 컬렉션을 접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고, 지금 그가 숨 쉬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여기는 갤러리에서 예술작품을 본다는 것 역시 망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저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듣기 위해 동네에 작은 레코드점을 배회하는 것만이 유년 시절 그의 유일한 흥밋거리였다. 그렇게 주어진 환경에서 영국 뉴웨이브 밴드 음악에만 빠져 지내던 시골 소년의 사소한 흥미와 기억들은 

 

훗날 자신이 만들 남성복 브랜드에 중요한 주춧돌이 되어 새롭게 등장했다.  성냥개비처럼 깡마른 소년들의 퀭한 눈동자와 낯선 사회에 대한 반감을 품은 고독한 십 대들의 정서는 아마 유년시절 그가 직접 보고 느낀 유럽 소년들의 실존하는 초상 그 자체였을 것이다. 물론 최근에 새롭게 뉴욕으로 둥지를 옮긴 그의 남성복 역시 매우 좋아한다. 여전히 다른 디자이너와 패션에 대한 동경이 마음속에 일어날 때도 항상 그의 컬렉션과 아이템을 살핀다. 하지만 오늘날 아메리칸 드림이 그에게 손을 내밀고, 흑인음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그의 초기컬렉션의 가치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리고 있는 지금 시대는 나에게 어딘지 모를 낯섦이 있다. 폐쇄성과 고독함이 짙던 그의 과거 컬렉션들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속에 일어서일까?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 디지털 매체라는 용어조차 생소한 시대에 내가 추종하고 생래적으로 지니지 못한 정서를 패션을 통해 소유하고 싶었던 몽상들이 그의 옷과 장신구엔 가득했다. 아름다움을 향한 모든 기준이 기성 방식을 비틀던, 마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꿈처럼 느껴져 더욱 눈부셨던 그의 과거 컬렉션들은 소년티를 몇 번은 더 벗은 지금도 내 생활 반경 곳곳에 여전한 열기로 남아 있다. 그래서 좋다. 저마다 창의성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신진문물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푸르디푸른 시절을 회상하게 만드는 장인의 손길이 삶의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날 살아가는데 큰 위로와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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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vorite look SPRING 2017 MENSWEAR 

Courteey & Designers by Raf Simons  

Photo by Umberto Fratini / Indigital.tv



favorite look SPRING 2017 MENSWEAR

Courteey of Lanvin Homme

Designers by Lucas Ossendrijver

Photo by Kim WestonArnold / Indigital.tv


favorite look SPRING 2017 MENSWEAR

Courteey & Designers by Margaret Howell

Photo by Yannis Vlamos Indigital.tv



favorite look SPRING 2017 MENSWEAR

Courteey of BALENCI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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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onica Feudi / Indigital.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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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2016. 3. 4. 19:11


Raf Simons  2016년 가을/겨울 collection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라프시몬스<raf simons>가 보여준 기성 사회에 대한 반감과 고독이 깔린 십 대<teenager>들의 반항적인 정서는 지금에 그를 있게 한 남성복의 구심점이자, 현재 그를 기억하는 가장 상징적인 단서로 여겨진다. 특히 그 시절 그가 만든 남성복에 많은 특징 중 부피가 큰 형태<oversize>에 옷들은 문화와 세대를 다루는 하나의 독자적이고 앞서간 시각으로 현대 패션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최근에 그는 꽃 더미 속에서 수줍고 벅찬 마음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던 #크리스찬디올<Christian Dior>의 화려한 옷을 벗고, 자신이 오랜 시간 추구해온 남성복 본연에 자리에만 당분간 머무르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의 이러한 갑작스런 결정에 사람들은 아쉬움 섞인 탄식과 함께 용기 있는 선택이라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었다. 이처럼 패션계와 라프시몬스 개인에게도 많은 후유증을 남긴 디올 과의 이별 이후 그가 공식적으로 마련한 첫 번째 남성복 컬렉션이기에 사람들에 관심 또한 남달랐다. 그렇게 공개된 라프시몬스의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은 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재조명 되고 있는 그의 과거 컬렉션에 대한 관심에 그가 내린 새로운 결론처럼 보였다. 금방 박쥐라도 날라들듯 한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공개된 그의 이번 컬렉션은 90년대 TV 통해 방영된 농촌 스릴러물에 대표적인 작품 트윈픽스<Twin Peaks>를 '악몽'이라는 주제와 함께 연상시킨 결과다. 한적한 마을에서 일어난 한 소녀의 죽음을 놓고 수많은 추리와 억측 그리고 선정성 들로 당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던 이 작품은 컬트 영화의 거장 데이빗린치가 만든 대표작 중 하나다. 또한, 이 컬렉션이 공개된 2016년 2월 7일은 데이빗 린치<David Lynch>가 70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날로 알려져 라프시몬스와 컬렉션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시각적 경의 외에 남다른 의미로 전해졌다. 

 라프시몬스는 트윈픽스가 가진 음산하고,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컬렉션에 전체적인 테마로 삼고, 여기에 미국 상류사회 학생들에 전유물로 잘 알려진 프레피룩<preppylook>을 자신만의 사고로 해체시켰다. 경쾌한 색상을 가진 케이블 스웨터에 선명하고 가지런히 들어간 스트라이프 무늬는 전형적인 프레피룩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옷의 사이즈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과장된 크기와 울<wool>이 거칠게 풀린 형태는 지금껏 그가 추구해온 남성복의 사고와 동일한 느낌을 제시하고 있다. 또 한 네크라인의 거친 손상을 목에 동여맨 스카프와 연결시킨 부분 역시 새것 같은 질감에 반기를 들며 훼손을 하나에 미적인 수단으로 다루던 자신의 과거 컬렉션이 지닌 아름다움에 대해 스스로 내놓은 새로운 해답처럼 보인다. 다운 점퍼나 코트들 역시 그가 이번 시즌 지향하는 특정 형태나 실루엣에서 벗어나지 않고 과장과 균열을 순수하게 오가며 하나에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라프시몬스의 남성복은 시기적으로 그가 질 샌더<Jil sander>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기 직전인 2005년을 기점으로 창의적인 그래픽과 복잡한 구성에서 미끌거리고 정교한 매듭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12년 마침내 그가 크리스찬 디올에 여성복 꾸띄르를 지휘하게 되면서 평소 자신이 감명받은 주변 예술가들의 작품과 그가 추구하는 남성복에 대한 관점이 하나의 컬렉션으로 혼합되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자신이 전개하는 남성복 외에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그가 스쿨룩의 새로운 변형 속에서 자신에 과거 컬렉션에 나타난 상징적인 의미를 현재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이번 컬렉션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질샌더의 혼성복과 디올<dior>의 여성복 꾸띄르를 오가며 20년 남짓 만들어온 그의 남성복을 예전부터 동경해왔다. 모두다 열거 할 순 없지만 년도와 시즌을 떠올리면 구체적인 그래픽과 디테일이 떠오를 만큼 그가 만든 옷과 정서는 내가 패션을 보고 느끼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급증한 그에 대한 관심은 질샌더나 디올에서 흘러나온 것이 아닌 그가 20년 넘게 그가 만들어 오고 있는 남성복 본연의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에 배후에는 현재의 분위기 보다 먼저 그의 컬렉션을 접하고, 동시대적으로 보고 느낀 사람들의 동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를 통해 영향받은 패션씬이 그의 패션을 오마주로 성장한 것처럼 나 역시도 그의 남성복이 존속 되는 한 그가 만든 시대와 시절을 꾸준히 살피며 경의 할 것이다. 2004년 처음 내가 그의 컬렉션을 구전으로 접하고 넋을 놓았던 그 당시부터 소년 티를 벗고 자라난 현재에 이르기까지...다가오는 계절엔 새로 나온 시즌에 그가 만든 스웨터를 빨리 입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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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2016. 2. 6. 16:33

Gosha Rubchinskiy

디자이너가 포착한 청년문화는 이미 동시대 패션을 선도하는 하나의 원동력이 된 지 오래다. 2000년대 초반 디올옴므<dior homme>의 시작과 함께 크리에익티브 디렉터로서 브랜드의 모든 것을 창조한 에디슬리먼<Hedi Slimane>은 록(Rock)밴드 문화에 인접한 소년들을 하이패션무대로 옮겨와 남성복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고,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RAF SIMONS> 역시 자신이 보고 느낀 지역 문화 안에서 감명받은 십 대들의 정서를 의복에 접목시켜 현대 남성복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최근에 이러한 문화를 다시 트랜드의 중심에 올려놓은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1985년생인 러시아<Russia> 모스크바<Moskva> 지방 출신의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라는 디자이너다. 그가 보여주는 패션은 청년문화 중에서도 온전히 스케이트 보더<skate boarder>들에 대한 조명을 목적으로 완성된다. 하지만 그는 젊음과 멋을 다루는 일부 브랜드들처럼 비단 이것을 일회성이나 하나의 컬렉션을 만드는 일시적 단서로 삼진 않는다. 1999년 <aglec>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처음 선보인 시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는 대중 앞에 줄곧 한길만을 선도해왔다. 그의 이러한 확고한 정체성은 자신이 꾸준히 지지해 온 애정어린문화에 대한 치밀한 관찰로부터 발화된 것이다. 실제로 그가 직접 지켜 보고 촬영한 러시아 소년들의 모습은 그의 브랜드에 대한 구체적인 단서로 조명되기도 하고, 청년들의 일상과 행동을 취재 하는 다큐가 되기도 하며 여러 번 개인 출판물과 잡지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그가 포착한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 스킨헤드를 하고 몸에는 타투 하나쯤은 새기고 있을 법한 해골처럼 깡~마른 러시아 지역의 소년들은 현재까지 그의 브랜드의 핵심적 정서로 컬렉션 곳곳에 존재한다. 그렇게 쌓아온 애정어린 시선과 개성은 결국 하나의 '멋'이 되어 오늘날 사람들 앞에 그를 하나의 정체성으로 존재하게 만들었다.

ГОША РУБЧИНСКИЙ

 

 그는 거리문화와 스케이트 보더들을 위한 옷을 만들지만, 여기에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과 시절에 대한 감화를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이미 사람들의 눈에 익은 문화를 세계적인 관점에서 다루되, 그걸 표현하는 방식은 오로지 러시아의 언어와 목소리로만 이야기한다는 것이 그의 패션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패션에 있어서 생소하다는 것은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취득하는 결정적 계기를 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동떨어진 감각과 시선이라는 반감을 주기도 한다. 익히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실제로 그의 옷에 자주 보이는 <ГОША РУБЧИНСКИЙ> 라는 문구는 러시아어로 만들어진 그의 브랜드 로고다. 우리가 흔히 글로벌한 비전을 도모하는 패션브랜드를 현실에서 만날 때, 영어권과 유럽 일부 나라들을 제외하면 모국어를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브랜드를 만난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만큼 패션에서 브랜드에 명칭과 타이포 그라피<typo graphy>에 대한 사용은 언어적으로 익숙할 정도로 한정된 방식을 강요받아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고샤 루부찬스키는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을 자신만의 목소리와 언어로 멋지게 부인해냈다. 물론 그의 옷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 중엔 그가 옷에 새겨 놓은 문장의 의미와 단어의 뜻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입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아니 되려 그런 것엔 관심도 없어 보인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것보다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생소함과 함께 그의 옷에 각인된 언어의 형태가 가져다주는 입체적인 조형미와 아직은 어린 신비로움의 매력을 즐긴다. 그리고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러시아 소년들의 이국적인 멋과 에너지를 느끼고 입고자 열망한다.  일 년에 두 번 파리를 무대로 컬렉션을 진행하는 그의 브랜드는 앞으로 상황에 따라 80년대, 90년대를 지나 현대와 미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과 이야기를 차용하며, 저마다의 굴곡과 부침을 겪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옷 안에서 자신이 순수한 시각으로 포착한 러시아 소년들과 스케이트보더들의 대한 조명은 늘 독자적인 '멋'으로 사람들에게 선명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비밀은 없어!“라고 메아리가 울려 퍼질 만큼 전 세계적으로 정보의 공유가 활발해진 세상에서, 저마다 낯선 영역을 좋아한다는 것은 갈수록 희미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러한 시대에 좋은 디자인에 대한 결론을 오로지 지역과 문화 안에서 진솔한 시각으로 완성하고자 애쓰는 젊은 디자이너의 눈에 띄는 행보가 있기에 현대패션 씬<seen>의 미래는 앞으로도 희망적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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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2016. 1. 29. 12:40












Joy Division - Unknown Pleasures by Peter Saville

 조이디비전<Joy Division>의 데뷔앨범으로 유명한 <Unknown Pleasures>는 현재에 와서도 팝 앨범을 회고할 때, 상업성과 비평 성을 고루 갖춘 문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각각의 멤버들의 다재다능한 연주와 댄스음악을 베이스로 그룹의 구심점이면서 작사가이기도 한 이언커티스의 좌중을 압도하는 광기 어린 몸짓과 음산한 보컬은 그들의 음악을 순식간에 화제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특히 이러한 앨범의 성공에는 음악만큼 <Peter Saville>가 작업한 앨범 커버사진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아트디렉팅을 평가하기에 앞서 당시 시대상황을 들추어낼 필요가 있다. 70년대가 끝나갈 무렵인 당시 시대상황으론 포스트모더니즘<post modernism>과 펑크문화가 결합되어 어딘지 모르게 산만하고, 자극적인 기운들이 넘쳐나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순응하지 않고,캠브리지 천문학 사전에 실린 초신성 <PSR B1919+21>의 스펙트럼에서 착안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무채색 바탕에 '산'처럼 꾸물거리는 라디오 주파수만이 덩그러니 보이는 작품을 내놓았고, 이것은 조이디비전의 음악처럼 기존의 형식을 거부하는 하나의 음산한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 그 이상의 가치로 애호 받고 있다. 특히 1980년대의 접어들면서 팀의 머리와 목소리였던 이언커티스<IanCurtis>의 갑작스런 부고로 남은 멤버들이 밴드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결성한 뉴오더<New Order>의 앨범 작업 역시 Factory record(사)를 통해 Peter Saville가 전담하게 되면서 앨범의 부속품처럼 여겨지던 커버 사진에 대한 인식을 음악을 벗어난 범주에서도 시각적으로 환영받을 수 있는 기치로 바꾸고, 그래픽 작업의 미적 가치를 새롭게 확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특히 Factory record에서 진행해온 <Peter Saville>의 작업과 <New Order> 음악에 유년시절 부터 남다른 애정을 지니고 있던 패션디자이너 #라프시몬스 <raf simons>가 그와 함께 그의 기존 아카이브들을 기반으로 완성한 2003년 가을/겨울컬렉션의 제품들은 패션을 통해 음악과 그래픽 디자인이 가장 미시적으로 결합된 사례로 지금도 꾸준히 회자된다. 

 실제로 국내 인기 포털 사이트에 조이디비전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에 에코백이 가장 먼저 따라붙는다. 그리고 여기에는 티셔츠부터 액세서리까지 <Peter Saville>의 작업들이 결합된 다양한 상품들이 끝도 없이 보인다. 어쩌면 시대와 세대가 달라졌음에도 미적으로 꾸준히 그걸 찾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특정 형태가 내포하고 있는 고유의 상징성이 사람들 사이에서 변하지 않고 줄곧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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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posted by Sin J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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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injun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