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2016. 2. 6. 16:24


Bernhard Willhelm


나와 비슷한 시기에 유년시절을 보내온 사람들 중 익히 패션을 좋아해 온 이들이 들어봤을 법한 버나드윌헴<Bernhard Willhelm>이라는 독일 디자이너가 있다. 그는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 <Antwerp> 출신에 패션디자이너로 학생시절 이미 모교<Antwerp Royal Academy>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월터 반 베이런동크<WALTER VAN BEIRENDONCK>로 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아온 디자이너다. 필자는 10년도 더 된 그의 과거 컬렉션을 예전부터 좋아해 왔다. 요즘처럼 유스컬처와 펑크문화가 혼재하여, 디자이너의 아카이브를 고가에 수집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의 과거 컬렉션에는 무언가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는 컬렉션을 꾸준히 전개하지만 캠퍼<camper>와의 작업이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되고, 벨기에가 아닌 예전부터 그의 패션에 남다른 지지를 보내온 일본으로 브랜드가 생산 거점을 틀게 되면서, 클래식과 헤리티지 브랜드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은 결국 그의 패션을 변방으로 몰아내 버렸다. 한때, 맨즈논노나 쿤 같은 일본에서 종이 매체로 나오는 스트릿 잡지가 각광받던 시절, 그런 책 속에서 그의 옷을 처음 만났다.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패턴과 독창적인 옷의 구조는 보는 관점에 따라선 '현실에서 저걸 어떻게 입어?' 싶겠지만, 나에겐 무척이나 기발하고 신기한 세상처럼 보였다. 마치, 패션을 즐기는데 있어, 직업이나 경제수준 같은 사회관계망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란듯이 비웃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깨에서 부터 팔을 쭉~ 잡아 당긴듯한 독창적인 실루엣을 가진 옷들 로프에 가까운 굵은 끈으로 동여맨 운동화, 별이 금방이라도 쏟아 질듯한 성조기 패턴에 젖 꼭지가 다 보일 정도로 과감한 앞치마 같은 슬리브리스, 화려한 실크스카프를 자유자재로 붙여 만든 가방, 과감한 컬러와 기괴하고 유아적인 프린팅의 비대칭 절개가 돋보이는 옷들은 볼수록 사서 입고 싶다는 생각을 무한대로 가지게 만들었다. 요즘처럼 일상과 사람에게서 패션에 무언가를 찾는 동향과 그의 옷은 한눈에 보기에도 판이하게 달랐다. 분명 패션 경향과 역사를 샅샅이 뒤져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생경한 모습이었다. 제품을 만드는 모든 사고에서 형식을 비틀고, 파괴하는 것이 패션에 상업적인 시장 논리와는 다르게 오로지 홀로 빛나 보였다. 얼마 전 필자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그가 과거에 만든 제품 중 하나인 기괴한 피에로가 옷을 가득 메우고 있는 후드 파카를 놓고 ‘진정 이게 당신의 옷이 맞는지?' 그에게 직접 질문받은 일화가 있다. 그는 '내가 가진 옷과 함께 시공간을 초월한듯한 당신의 패션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좋다.' 라고 친히 답글을 달아 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이제, 더는 그가 만든 옷을 사서 입지 않는다. 아마 여기에는 패션을 대하는 정서적으로 내가 변하여 스스로 돌아선 부분도 있지만, 그가 만든 옷 또한 독창성과 실험성이 기분 좋은 소유욕을 만들던 과거에 비해 많이 시들해졌다. 그 역시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을까? 자신이 과거에 만든 옷을 두고 특별하게 반응하는 태도에서 디자이너가 각별하게 생각하는 아카이브가 내 물건 이라는 뿌듯함과 함께 분명한 아쉬움이 뒤를 이었다. 어쩌면 고착화된 형식과 방향성이 없어서 수차례 창의적으로 빛나 보였던 그의 패션이 사람들 사이에서 가라앉은 것도 사적으로 더 커지고 시각적으로 광활해진 환경이 만든 미적 고립이라 생각하면 패션이 초례한 급진적인 만큼 위태로워 보이는 변화가 갈수록 매정하고 안타깝게 다가온다. 오로지 자연스러운 형태와 꼼꼼한 완성도에 따라 가치를 매기고, 수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레터링을 즐기는 현재 패션 경향과 달리 뜻밖에 형태와 고차원적인 시도들이 넘쳐나던 당시의 풍경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아득하고 먼 옛날이야기처럼 그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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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posted by Sin J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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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injun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