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2016. 2. 6. 16:33

Gosha Rubchinskiy

디자이너가 포착한 청년문화는 이미 동시대 패션을 선도하는 하나의 원동력이 된 지 오래다. 2000년대 초반 디올옴므<dior homme>의 시작과 함께 크리에익티브 디렉터로서 브랜드의 모든 것을 창조한 에디슬리먼<Hedi Slimane>은 록(Rock)밴드 문화에 인접한 소년들을 하이패션무대로 옮겨와 남성복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고,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RAF SIMONS> 역시 자신이 보고 느낀 지역 문화 안에서 감명받은 십 대들의 정서를 의복에 접목시켜 현대 남성복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최근에 이러한 문화를 다시 트랜드의 중심에 올려놓은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1985년생인 러시아<Russia> 모스크바<Moskva> 지방 출신의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라는 디자이너다. 그가 보여주는 패션은 청년문화 중에서도 온전히 스케이트 보더<skate boarder>들에 대한 조명을 목적으로 완성된다. 하지만 그는 젊음과 멋을 다루는 일부 브랜드들처럼 비단 이것을 일회성이나 하나의 컬렉션을 만드는 일시적 단서로 삼진 않는다. 1999년 <aglec>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처음 선보인 시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는 대중 앞에 줄곧 한길만을 선도해왔다. 그의 이러한 확고한 정체성은 자신이 꾸준히 지지해 온 애정어린문화에 대한 치밀한 관찰로부터 발화된 것이다. 실제로 그가 직접 지켜 보고 촬영한 러시아 소년들의 모습은 그의 브랜드에 대한 구체적인 단서로 조명되기도 하고, 청년들의 일상과 행동을 취재 하는 다큐가 되기도 하며 여러 번 개인 출판물과 잡지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그가 포착한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 스킨헤드를 하고 몸에는 타투 하나쯤은 새기고 있을 법한 해골처럼 깡~마른 러시아 지역의 소년들은 현재까지 그의 브랜드의 핵심적 정서로 컬렉션 곳곳에 존재한다. 그렇게 쌓아온 애정어린 시선과 개성은 결국 하나의 '멋'이 되어 오늘날 사람들 앞에 그를 하나의 정체성으로 존재하게 만들었다.

ГОША РУБЧИНСКИЙ

 

 그는 거리문화와 스케이트 보더들을 위한 옷을 만들지만, 여기에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과 시절에 대한 감화를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이미 사람들의 눈에 익은 문화를 세계적인 관점에서 다루되, 그걸 표현하는 방식은 오로지 러시아의 언어와 목소리로만 이야기한다는 것이 그의 패션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패션에 있어서 생소하다는 것은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취득하는 결정적 계기를 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동떨어진 감각과 시선이라는 반감을 주기도 한다. 익히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실제로 그의 옷에 자주 보이는 <ГОША РУБЧИНСКИЙ> 라는 문구는 러시아어로 만들어진 그의 브랜드 로고다. 우리가 흔히 글로벌한 비전을 도모하는 패션브랜드를 현실에서 만날 때, 영어권과 유럽 일부 나라들을 제외하면 모국어를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브랜드를 만난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만큼 패션에서 브랜드에 명칭과 타이포 그라피<typo graphy>에 대한 사용은 언어적으로 익숙할 정도로 한정된 방식을 강요받아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고샤 루부찬스키는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을 자신만의 목소리와 언어로 멋지게 부인해냈다. 물론 그의 옷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 중엔 그가 옷에 새겨 놓은 문장의 의미와 단어의 뜻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입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아니 되려 그런 것엔 관심도 없어 보인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것보다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생소함과 함께 그의 옷에 각인된 언어의 형태가 가져다주는 입체적인 조형미와 아직은 어린 신비로움의 매력을 즐긴다. 그리고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러시아 소년들의 이국적인 멋과 에너지를 느끼고 입고자 열망한다.  일 년에 두 번 파리를 무대로 컬렉션을 진행하는 그의 브랜드는 앞으로 상황에 따라 80년대, 90년대를 지나 현대와 미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과 이야기를 차용하며, 저마다의 굴곡과 부침을 겪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옷 안에서 자신이 순수한 시각으로 포착한 러시아 소년들과 스케이트보더들의 대한 조명은 늘 독자적인 '멋'으로 사람들에게 선명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비밀은 없어!“라고 메아리가 울려 퍼질 만큼 전 세계적으로 정보의 공유가 활발해진 세상에서, 저마다 낯선 영역을 좋아한다는 것은 갈수록 희미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러한 시대에 좋은 디자인에 대한 결론을 오로지 지역과 문화 안에서 진솔한 시각으로 완성하고자 애쓰는 젊은 디자이너의 눈에 띄는 행보가 있기에 현대패션 씬<seen>의 미래는 앞으로도 희망적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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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posted by Sin J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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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injun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