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2016. 3. 4. 19:11


Raf Simons  2016년 가을/겨울 collection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라프시몬스<raf simons>가 보여준 기성 사회에 대한 반감과 고독이 깔린 십 대<teenager>들의 반항적인 정서는 지금에 그를 있게 한 남성복의 구심점이자, 현재 그를 기억하는 가장 상징적인 단서로 여겨진다. 특히 그 시절 그가 만든 남성복에 많은 특징 중 부피가 큰 형태<oversize>에 옷들은 문화와 세대를 다루는 하나의 독자적이고 앞서간 시각으로 현대 패션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최근에 그는 꽃 더미 속에서 수줍고 벅찬 마음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던 #크리스찬디올<Christian Dior>의 화려한 옷을 벗고, 자신이 오랜 시간 추구해온 남성복 본연에 자리에만 당분간 머무르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의 이러한 갑작스런 결정에 사람들은 아쉬움 섞인 탄식과 함께 용기 있는 선택이라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었다. 이처럼 패션계와 라프시몬스 개인에게도 많은 후유증을 남긴 디올 과의 이별 이후 그가 공식적으로 마련한 첫 번째 남성복 컬렉션이기에 사람들에 관심 또한 남달랐다. 그렇게 공개된 라프시몬스의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은 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재조명 되고 있는 그의 과거 컬렉션에 대한 관심에 그가 내린 새로운 결론처럼 보였다. 금방 박쥐라도 날라들듯 한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공개된 그의 이번 컬렉션은 90년대 TV 통해 방영된 농촌 스릴러물에 대표적인 작품 트윈픽스<Twin Peaks>를 '악몽'이라는 주제와 함께 연상시킨 결과다. 한적한 마을에서 일어난 한 소녀의 죽음을 놓고 수많은 추리와 억측 그리고 선정성 들로 당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던 이 작품은 컬트 영화의 거장 데이빗린치가 만든 대표작 중 하나다. 또한, 이 컬렉션이 공개된 2016년 2월 7일은 데이빗 린치<David Lynch>가 70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날로 알려져 라프시몬스와 컬렉션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시각적 경의 외에 남다른 의미로 전해졌다. 

 라프시몬스는 트윈픽스가 가진 음산하고,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컬렉션에 전체적인 테마로 삼고, 여기에 미국 상류사회 학생들에 전유물로 잘 알려진 프레피룩<preppylook>을 자신만의 사고로 해체시켰다. 경쾌한 색상을 가진 케이블 스웨터에 선명하고 가지런히 들어간 스트라이프 무늬는 전형적인 프레피룩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옷의 사이즈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과장된 크기와 울<wool>이 거칠게 풀린 형태는 지금껏 그가 추구해온 남성복의 사고와 동일한 느낌을 제시하고 있다. 또 한 네크라인의 거친 손상을 목에 동여맨 스카프와 연결시킨 부분 역시 새것 같은 질감에 반기를 들며 훼손을 하나에 미적인 수단으로 다루던 자신의 과거 컬렉션이 지닌 아름다움에 대해 스스로 내놓은 새로운 해답처럼 보인다. 다운 점퍼나 코트들 역시 그가 이번 시즌 지향하는 특정 형태나 실루엣에서 벗어나지 않고 과장과 균열을 순수하게 오가며 하나에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라프시몬스의 남성복은 시기적으로 그가 질 샌더<Jil sander>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기 직전인 2005년을 기점으로 창의적인 그래픽과 복잡한 구성에서 미끌거리고 정교한 매듭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12년 마침내 그가 크리스찬 디올에 여성복 꾸띄르를 지휘하게 되면서 평소 자신이 감명받은 주변 예술가들의 작품과 그가 추구하는 남성복에 대한 관점이 하나의 컬렉션으로 혼합되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자신이 전개하는 남성복 외에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그가 스쿨룩의 새로운 변형 속에서 자신에 과거 컬렉션에 나타난 상징적인 의미를 현재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이번 컬렉션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질샌더의 혼성복과 디올<dior>의 여성복 꾸띄르를 오가며 20년 남짓 만들어온 그의 남성복을 예전부터 동경해왔다. 모두다 열거 할 순 없지만 년도와 시즌을 떠올리면 구체적인 그래픽과 디테일이 떠오를 만큼 그가 만든 옷과 정서는 내가 패션을 보고 느끼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급증한 그에 대한 관심은 질샌더나 디올에서 흘러나온 것이 아닌 그가 20년 넘게 그가 만들어 오고 있는 남성복 본연의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에 배후에는 현재의 분위기 보다 먼저 그의 컬렉션을 접하고, 동시대적으로 보고 느낀 사람들의 동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를 통해 영향받은 패션씬이 그의 패션을 오마주로 성장한 것처럼 나 역시도 그의 남성복이 존속 되는 한 그가 만든 시대와 시절을 꾸준히 살피며 경의 할 것이다. 2004년 처음 내가 그의 컬렉션을 구전으로 접하고 넋을 놓았던 그 당시부터 소년 티를 벗고 자라난 현재에 이르기까지...다가오는 계절엔 새로 나온 시즌에 그가 만든 스웨터를 빨리 입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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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posted by Sin J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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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injun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