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2015. 5. 31. 13:22






blankof Daypack for I AM SHOP



원덕현은 열정을 과장하지 않는 친절한 퀄리티로 풀 줄 아는 디자이너다. 그래서 그가 만든 작업물은 늘 단순하지만 특별하고, 익숙하지만 찾게 되는 매력을 지녔다.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처음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그가 만든 작업물을 봤을 때 내가 떠올렸던 기억이 무엇인지... 먼저 20세기 패션의 혁신성을 논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미우치다프라다(Miuccia Prada)가 명품브랜드 프라다(PRADA)를 인계받으면서 출시한 포코노(Pocono) 가방이 바로 그것인데, 당시(1978년)에는 하이패션에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실루엣과 이미지에 따라 선구시 되던 시기였지, 소재를 통해 혁신을 가져온다는 것은 접하기 어려운 시대였다. 그래서 고부가 가치를 지향하던 하이패션에서 가죽을 사용해 가방을 만든다는 것은 여자가 치마를 입는 것 만큼 자연스러운 일이였다. 하지만 미우치다프라다는 가죽가방이 가진 무겁고 투박한 구성에 열광하는 세상을 향해 의문을 품었고, 마침내 낙하산에 쓰이던 기능적인 방수천을 사용해 가방을 만들어, 가죽가방이 절대 범접 할 수 없는 가격경쟁력의 우위를 가지는 것과 동시에 활동적인 디자인과 가볍고, 실용적인 기능성으로 시장성의 판도를 바꾸고, 사랑받을 수 있는 혁신을 일구어냈다. 원덕현 디자이너가 만드는 블랭코브 (blankof) 또한 프라다(PRADA)의 포코노(Pocono)백과 유사한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고급 헤리티지와 클래식 사이에서 상질의 가죽가방만이 환영받던 시대에 디자이너 원덕현은 가볍고 튼튼한 나일론 가방을 보란 듯이 세상에 내놓았다. 또한, 그는 미우치다 프라다가 만든 포코노(Pocono)백의 디자인적 혁신성을 고스란히 곁에 두면서 자신의 제품에 좀 더 현대적인 구성을 추가하였다. 그것은 바로 '생활'이다. 생각 해 보자, 과거 20세기와 21세기를 구별 짓는 좋은 디자인에 대한 관점은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바로 제품이 사용자의 '생활'을 주도한다는 점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의 최근 작업을 통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가방 내부를 확인해 보면 '실용적이고 꼼꼼한 구성이다.'는 찬사와 함께, 떠오르는 브랜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아티스트와 현대인들의 일상을 안전하고 아름답게 수납하는 방식을 만들어 사랑받고 있는 유럽발 브랜드 인케이스(incase)가 바로 그 것이다. 그들이 만든 가방처럼 블랭코브의 가방 또한 기능에 방해가 되지 않는 아름다움 안에서 노트북과 필기구를 비롯 일상적인 수납공간이 제품의 아름다움을 대변해주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매거나 들 수 있는 가방의 끈 부분은 차량용 안전밸트에서 사용되는 나일론 조직에 끈을 사용하여 견고함을 더했으며, 안감에 경우 원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방탄재킷을 만들기 위해서 고안해낸 (INVISTA) 사의 (CORDULA BALLISTIC) 원단을 사용하여 밀리터리가 가진 우직한 성질을 아름답게 도입했다는 점에서도 가방 자체의 보존성만큼이나, 그 안에 담긴 개개인의 생활 양식도 보호하고자 하는 디자이너의 꼼꼼한 심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디자인과 구성들은 아름다움 이라는 목적으로 미니멀리즘과 실용성을 한배에 태우길 강요한다. 수갑을 사용해 팔찌를 만든 남자 헬무트랑(Helmut lang)이 추구하던 이미지의 의미는 크지만, 실용성이 배제된 과거의 미니멀리즘의 성향과는 비움에 대한 시대적 성질이 달라졌음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의미에서 원덕현의 작업물은 특별한 시사점을 지녔다. 자신이 영향받은 시대와 시절의 아름다움을 부정 하지 않고, 곁에 두면서 그것을 현대적인 관점으로 해석하여 오래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완성시켰다는 점에서 박수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늦 었지만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앞서 블랭코브를 향한 나의 연이은 찬사가 가장 아름답게 실현된 순간이 있어 소개해 볼까 한다. 바로 대한민국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유럽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하는 테일러링브랜드들로 구성된 편집매장 아이엠샵(I AM SHOP)과 블랭코브의 협업 백팩이 바로 그것인데, 이 제품은 간단히 말해 브랜드의 가치관과 정신을 제품 디자인에 반영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이다. 먼저 이 가방은 블랭코브가 매 시즌 출시하는 백팩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컬러의 변화 만으로 특별한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색상을 화이트컬러로 한정 지어 완성하였다는 점이 감동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제품의 기획단계에서 블랭코브 로고처럼 깨지지 않고 튼튼한 새하얀 접시 같은 가방을 만들어 보자는 결심이 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거기에 기존 제품이 가지고 있던 가벼운 착용감과 단단한 내구성을 기반에 두고, 기획의도에 맞쳐 만들어낸 결과이다. 단언하건대, 이 제품은 패션을 살피는 근거가 이미지에 대한 공감과 동경에서 출발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꼼꼼한 만듦새와 기능에서 찾는 사람들에게도 생경한 경험이 될 것이다. 실제로 이제품의 기획자이자, 아이엠샵의 오너인 정성묵 대표가 SNS를 통해서 남긴 ‘야호! 이제 이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박해일처럼 여행을 떠나야지.’란 말과 같이 이미지의 충실하면서 오래 맬 수 있는 가방이라고 확신한다. 참고로 이 제품은 40개 한정수량으로 만들어졌으며, 가방 내부에 01번부터 40번까지의 생산번호가 각인 되어져 있다. 청바지를 어깨에 걸친 것처럼 어려 보이는 자태를 간결함의 미학으로 실천 해낸 그들의 새하얀 결심을 응원한다.
그리고 기대된다. 앞으로 디자이너 원덕현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더 현명한 경험들을 제공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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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posted by Sin J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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