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rberry EKD 나일론 패딩 재킷
burberry EKD 나일론 패딩 재킷
기후 조건을 반영해 방한을 생각하고 만드는 다운재킷은 내부에 사용된 충전재와 몸을 감싸는 느낌에 따라 설핏 합리적 연산이 가능한 옷처럼 보인다. 다만 나에게 있어 높아진 소비의 허들은 그런 상식적인 기술력과 상징성이 나란한 브랜드엔 어쩐지 눈길이 가지 않았다. 그보단 불필요한 요소나 특징, 의도적으로 비워둔 허술함이 있다거나, 때론 그런 합리적 연산을 넉넉히 넘어선 제품에 소비도 마음도 더 움직였다.
다니엘리<DanielLee>가 만든 버버리<burberry>의 다운재킷은 단색 계열의 옷이 주는 명료함이 좋은 옷이다. 그래서 자연히 브랜드의 오래된 상징 자본인 체크무늬를 배제한 부분이 좋았고, 물론 기마상을 상징하는 EKD 로고가 자수로 들어가 있는 게 조금 걸리긴 했지만, 같은 색상으로 마감하여 잘 들어나지 않는다. 거위 깃털과 거위 솜털을 배합해 패딩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 실속 있게 만든 부분이나, 비록 현란하진 않지만 그래서 사람을 순간적으로 매혹하는 맛이 적고, 길이가 짧다거나 둥근 실루엣이 아니라서 패션위크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들이 떠오르는 듯한 과장된 요소가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만큼 겨울은 길고, 추위 말고는 생각하기 싫은 날도 많으니까. 무엇보다도 인테리어 소파에서 자주 본 듯한 격자무늬 굴곡을 전체적으로 사용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미 전직장에서 카세트 백으로 커다란 효과를 남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능이나 목적이 서로 다른 물체를 형태가 주는 느낌만으로 익숙해 보이도록 해석하는 그의 현대적인 재능이 잘 발휘된 제품이다.
겨울이 다 지난 마당에 겨울옷 생각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겨울이 지난 후에 보아도 기억에 남는 옷이라서 짧게나마 기록해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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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posted by Sin JunHo